백야행 (1disc)
박신우 감독, 고수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백야행'이 우리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큰 기대를 했다.  

거기다 손예진, 한석규, 고수 등이 주연이라면 충분히 괜찮은 영화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역시 무려 3권으로 되어 있는 원작을 2시간 조금 넘는  

영화로 압축하다 보니 원작의 여러 에피소드들과 섬세한 표현들이 많이 생략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유미호(손예진)와 김요한(고수). 끔찍한 인연으로 인해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질긴 인연을 이어가는 두 사람의 인생은 한 마디로 부모를 잘못 만나 일그러진 인생이라 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차마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은 후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는 미호와 요한.  

미호는 늘 최고의 삶을 지향하며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들은 요한의 도움을 받아 처리해나간다.  

늘 어둠 속에 숨어 미호를 위한 범죄를 저지르며 미호의 인정을 받는 것이 유일한 삶의 의미인 요한.  

이 두 사람간의 관계는 원작 소설에선 한 번도 직접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막연히 두 사람이 은밀한 소통을 할 거라고 추정은 가지만 직접적으로 만나는 장면은  

영화에서 요한이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 밖에 없다. 그래서 책에선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미스터리 

하면서도 애틋한 측면이 부각되었는데 영화로는 조금이나마 직접적인 만남이 몇 번 등장하고 요한이  

저지르는 각종 범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미스터리로서의 묘미는 반감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원작소설을 읽을 때처럼 두 사람의 슬픈 인연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영화라는 매체의 제한된 측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원작소설의 스토리를 크게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나름 원작의 맛을 살려낸 측면은 충분히 인정할 만했다.  

책에선 없었지만(?) 두 사람 사이를 이어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의 선율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사람 사이처럼 더욱 구슬프게 여운을 남겼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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