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절구역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장점숙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고령화사회가 되어 노인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정부는 70세 이상 노인들이 많은 지역을

인구조절구역으로 선포하여 한 달 동안 1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는 노인 상호 처형 제도,
이른바 실버 배틀을 벌이게 한다. 자신이 사는 미야와키초 5초메 지구에서도 실버 배틀이 개시되자

구이치로는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시작하는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으로 일본 SF의 대부라 불리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이 책은 점점

고령화가 되고 있는 시점에 충격적인 설정으로 노인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설화 속 얘기로 고려장이 있긴 했지만(이것도 일제가 고려시대의 장례풍습이라고

왜곡한 것이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인은 공경의 대상이었는데 어느샌가 세상은

노인을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점점 노인들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는 가운데

출생률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인데 반해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언젠가는 인구의 대부분이 노인인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중요한 사회문제 중 하나인 노인문제가 앞으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의 저자 츠츠이 야스타카는 노인들을 서로 죽고
죽이는 살육의 장으로 내몰아 쓸모없는(?) 노인들을 손쉽게 처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특정 지역의 70세 이상 노인들이 한 달 동안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죽고 죽이는 걸 허용하면서

만약 한 명보다 많은 사람이 살아남으면 모든 대상 노인들을 CJCK(중앙인구조절기구)에서

처형하는 노인 상호 처형 제도를 실시하면 골치 아픈 노인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볼거리(?)까지 제공하니 일석이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절묘한(?) 해법이라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소름끼치는 제도가 시행되자 노인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게 된다.

늙고 병든 것도 서러운데 살고 싶으면 다른 노인들을 죽이라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지만

삶에 대한 의지를 쉽게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노인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배틀에 임한다.  

적극적으로 다른 노인들을 죽이러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극적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는 사람도 있다. 아예 체념하고 자살을 택하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에게 편안한 죽음을

부탁하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이 등장하지만 죽음이란 극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의 모습은

안쓰럽기 짝이 없다. 이 모든 게 국가가 고령화에 따른 노인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정책이라니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다. 마치 자신들은 영원히 늙지 않을 것처럼 착각에 빠진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추악한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70세가 된 해에 이 책을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책 속의 설정대로 라면 자신도 실버 배틀의 대상이 되는데 이런 충격적인 설정을 통해

노인들을 바라보는 일그러진 시선과 무능한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자 한 게 아닌가 싶다.  

한정된 구역에서 목숨을 건 배틀을 벌이는 모습은 독재국가가 공포정치의 일환으로 식민지라

할 수 있는 12구역의 청소년들을 배틀로 내모는
'헝거 게임'의 설정과도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두 작품 모두 목숨을 건 치열한 배틀을 통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란 점에서 왠지 닮은 꼴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노인의 대열에 들어설 것임에도 노인들을 나완 완전히 다른 종족으로 생각하는데

(솔직히 지금 내 나이도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지만ㅋ) 노인도 다른 연령의 인간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똑같은 인간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그들이 아무런 감정도 욕구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대한다. 노인들을 단지 더 이상 효용이 없는 불쌍하고 부담스런 존재로 생각하는

대다수 젊은 사람들의 그릇된 시선이 이런 작품을 낳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까

다가 올 나의 노년이 두렵기까지 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아비규환의 실버 배틀을 겪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노인들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꾸고 그들의 행복한 노년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나를 비롯한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름다운 노년을 보장하는 길임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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