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2비사
이수광 지음 / 일상이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만큼 각종 사건사고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각종 음모론이니 '카더라' 통신이 범람하여 도대체 진실이 뭔지 알 수 없는

미궁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늘 정쟁으로 인해 의혹제기는 많지만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고

'아님 말고'식의 폭로가 흔하다 보니 정부를 비롯한 권위있는 기관의 발표도

별로 믿지 않는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그런 사건들이 비일비재한데 이 책은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비사로 남은 12가지 사건의 진실이 뭔지를 파헤치고 있다.



 

12가지 비사 중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략이라도 알고 있을 '김대중 납치사건', '김형욱 실종사건',

'오대양 사건', 'KAL기 폭파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 등도 있었지만

전혀 생소한 '백백교 살인사건', '이수근 국외탈출사건'과

어렴풋이 이름만 들어본 '정인숙 살인사건', '사북탄광사건'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먼저 '백백교 살인사건'은 일제강점기에 백백교라는 사이비 종교단체가 신도를

무려 3백명 이상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교주 전용해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신도들을 부하들을 시켜 무자비하게 살해했는데

그럼에도 이런 사이비종교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던

암울한 시기에 당시 민중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달콤한 유혹에 빠져든 게 아닌가 싶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1987년에 다시 벌어진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오대양 사건'으로 32명의 시체가 발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이 사건도 제대로 의혹이 풀리지 않은 채 서둘러 종결되고 만다.

개인적으로 종교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편인데 이런 사이비종교는 물론 대형 종교들도

왠지 종교 본연의 역할은 등한시한 채 종교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변질된 느낌이 들어서가

아닐까 싶다. 사이비종교들이 등장하는 것도 기존 종교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탓도 있지 않나 싶다.



 

군사독재시절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의혹의 사건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김대중 납치사건'이나 '김형욱 실종사건'은 겉으론 최고 권력과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종결되었지만  

최고 권력자가 연관되었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한 정황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전직 중정부장 김형욱을 양계장의 사료분쇄기로 처리(?)했다는 설은 엽기적이기까지 했다.

미모의 기생(?)이던 정인숙이 총격을 받고 죽은 사건은 그녀의 죽음도 미스터리지만

그녀가 낳은 아들이 누구의 아들인지가 더 호기심을 낳았고,

미모의 배우들을 최고 권력자의 수청을 들게 했던 사건은 최근 논란이 되었던

장자연의 성접대 사건을 떠올려 씁쓸함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그걸 교묘히 이용해 욕구를 채운 용감한 상사는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ㅋ)

1987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KAL기 폭파사건은 작년에 일어났던 천안함 사건처럼

자작극 내지 은폐 의혹에 시달렸고,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도 유명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 채 미제사건으로 남고 말았다.



 

이 책에 소개된 대한민국 현대사의 12비사를 보면 우리의 일그러진 역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독재정권 하에서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가  

횡행하게 되고, 남북 대치상황에서 북한과 관련된 음모와 공작이 판을 치며 이런 아무런 희망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극단적인 사건들이 일어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것이다.

각종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정권은 이를 은폐하기에 바쁘다 보니 제대로 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지고 여기저기서 흉흉한 괴담들만 난무하는 불신의 상황이 초래되고 말았다.

독재정권들이 사라진 현재에도 충격적인 사건이 종종 벌어지고 그런 사건들에 대한 조사결과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납득시키는데 실패하고 있는데 여전히 투명한 사회가 되지 못한 씁쓸한 현실에
기인하지 않는가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비사라 불릴 만한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지만 과연 그런 날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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