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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야기 [dts] - [초특가판]
이와이 슈운지 감독, 마츠 다카코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3년 7월
평점 :
훗카이도에 살던 우즈키(마츠 타카코)는 좋아하던 선배가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자
열심히 공부하여 같은 대학에 진학하고 새내기로서의 삶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선배가 일하는 서점을 계속 들락날락 거리면서 선배와의 만남을 고대하던 중
드디어 선배를 만나게 되는데...
토머스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내겐 지난 3월이
정말 잔인한 달이었다. 이런저런 일들이 계속 생기다 보니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조금씩 다가오는 봄을 타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지경이 되고 말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채 여기저기 생채기만 더해진 몸과 맘에
좋은 치유제가 되지 않을까 선택한 게 예전에 봤던 이 영화였다.
'러브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인 이 영화는 내 기억 속엔
풋풋한 첫사랑의 영화 내용처럼 따뜻한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사랑하는 선배를 따라 대학 진학을 한 우즈키가 도쿄에서 낯선 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은
내가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자취생활을 할 때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받았던 억압(?)에서 자유로워져 무한한 해방감을 맛보았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고 마냥 그립다. 요즘처럼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더욱 예전 생각들이 많이 나는데
그때도 나름 힘든 일도 많았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고민도 많았지만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인지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은 왠지 그 당시가 지금보단 나았던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이 영화 속에선 특히 우즈키의 마음이 예뻐보였다. 요즘 우즈키처럼 하면 스토커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바로 저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나한테도 그런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니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마음에 병이 들어서 그런지 더 이상 그런 마음은 생기지도 않지만 선배를 향한 우즈키의 마음,
선배가 빌려 준 망가진 빨간 우산을 들고도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잠시나마 내 맘도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 영화와 같은 일들이 내게 실제로 일어나진 않겠지만
3월과는 다른 반전을 꿈꿔 보기엔 충분한 감성 비타민이 되어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