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그리다 - 40명의 화가들이 사랑한 ‘나의 연인’
줄리엣 헤슬우드 지음, 배은경 옮김 / 아트북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예술가라 불리는 사람들은 왠지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감수성이 예민해서

훨씬 더 뜨거운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예술의 가장 중요한 테마가 바로 사랑인 점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의 직접적인 경험이 작품으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인데 특히 화가들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을 모델로 한 작품을 남기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에선 40명의 화가들과 그들이 사랑한 연인, 연인이 담긴 작품들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크게 행복한 사랑의 기억과 치명적인 사랑의 기억의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생소한 화가들도 많았지만 그나마 내가 아는 화가들도 다소 등장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원래 가장 재밌는 얘기 중에 하나가 누가 누구와 사귀고 어떻게 사랑하다 싸우고 헤어진다는

얘기인데 예술가들의 사랑은 역시나 파란만장한 경우가 많았다.

수도사였던 필리포 리피는 어린 수녀였던 루크레치아 부티를 보고 한 눈에 반해

종교적 문제도 극복하고 그녀를 빼돌리다시피 하는데 '성모자와 두 천사'라는 작품에서

성모 마리아의 모습에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을 그려넣을 지경이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도 자신의 연인 리지 시달을 단테의 희곡에 등장하는 '베아트리체'로

승화시킬 정도로 사랑에 빠진 화가들은 사랑하는 연인들을 거의 숭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역시 사랑의 콩깍지가 씌인 사람들은 자신의 연인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워 보이나 보다.ㅋ



루벤스나 렘브란트 같은 대가들도 아내를 모델로 한 작품을 여럿 남겼는데 화가라는 직업이

요즘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몇 명의 스타 외에는 그다지 환영받는 직업이 아니어서

앨런 렘지처럼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서로 끝까지 사랑을 지켜나간 경우는 다행이라 할 수 있는데

처절한 사랑 끝에 비극적인 결말을 맺은 커플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오귀스트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의 사례는 두 사람 모두 천재적인 재능을 가져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미 아들까지 두고 있던 로댕은 결국 까미유 끌로델을 버리게 되고  

그녀는 완전히 망가져 정신병원에 입원해 생을 마감하는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실연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도 되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절망에 빠지면 그 어떤 불치병보다 치명적임을 잘 보여주었다.



화가들이 그린 자신의 연인들은 내가 보기에도 아름다운 경우가 많았는데

역시 미적감각이 뛰어난 화가들이 미인을 좋아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화가만 미인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ㅋ) 심지어 연인의 누드를 그린 경우도 많았는데

왠지 자기만 보기 아까워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ㅋ

이 책에 실린 작품 중에선 샤갈의 '생일'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았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공중에 붕 떠올라 목을 확 꺾어 연인에게

고난도의 키스를 하는 남자의 모습은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절묘하게 표현한 게 아닌가 싶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화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사랑 얘기를 보면서 역시 예술작품의 원천은

사랑임을 잘 확인할 수 있었다. 화가마다 사랑의 결말은 천차만별이었지만

사랑하는 그 순간만은 진실한 감정이었음을 그들이 그린 작품들을 통해 잘 드러난 것 같다.

우리가 미술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바로 진실한 사랑의 순간이 전해주는  

감동을 느껴보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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