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온다 리쿠의 작품을 나름 많이 읽었다.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란 그녀의 애칭답게 그녀의 작품들은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형식으로

일상을 다루면서도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판타지스런 세계를 담아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시작으로 하는 '삼월 시리즈' 등

그녀의 작품들은 대부분 내 기대에 흡족한 작품들이었다. 


온다 리쿠의 신작인 이 책은 언덕 위에 있는 묘한(?) 사연을 가진 집에 얽힌  

10편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다. 포근한 전원주택의 외양을 갖춘 집이라 아기자기한 추억들이

펼쳐질 것 같지만 전혀 예상밖의 섬뜩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서로를 칼로 찔러 죽인 자매를 비롯해 이 집에서 있었던 끔찍한 일들이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어 나가듯이 그려지는데 단편들마다 독립된 얘기면서 조각조각 단편들을 이으면

얘기들이 연결되는 조금은 복잡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게다가 내용들이 괴담을 듣는 수준이라 결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얘기들이 아님에도

마치 할머니가 손자에게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너무 편안하게 속삭이는 듯해서

오히려 유령의 집에서 일어난 공포스런 일들이 일상적인 느낌마저 들 지경이었다.



제목(첫번째 단편을 제목으로 했다)과는 정반대로 엽기스런 일들로 가득한 집에 얽힌 단편을 담은 

이 책은 내가 예전에 살았던 집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 책에 나오는 그런 충격적인 사건들은 없었지만

(물론 내가 살기 전이나 후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ㅋ) 나의 예전 추억들이 간직된

예전 살던 집들을 언젠가는 찾아가보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게 만들었는데

하도 이러저리 많이 이사다녀서 예전의 살던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집이 과연 남아있을까 싶다.

제목처럼 우리 집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무난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는 집이면 더욱 재밌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언덕 위의 유령의 집에 얽힌 온다 리쿠 특유의 환상적인 얘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좀 애매모호하게 구성해놔서 제대로 얘기들을 정리해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런 게 바로 온다 리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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