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어페어 - [할인행사]
글렌 고든 캐런 감독, 워렌 비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멜로물에 보통 사용되는 설정이 바로 '운명적인 만남'이다.

운명, 인연 이런 단어로 사랑을 포장하면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꼼짝달싹 못하게 되는 게 대다수의 연약한(?) 사람들의 맘이다.

전생에서 억만 번 옷깃을 스쳐야 현생에서 만날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각자의 인연을 알아보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기에  

우리는 특별하고 낭만적인 만남과 사랑을 꿈꾸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딱 제격인 내용을 담고 있다.  

헐리웃에서 세번이나 리메이크되었으니(이 영화가 세번째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토리라  

할 수 있는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멕 라이언과 친구과 푹 빠져서 보던 영화가 바로  

두번째 리메이크된 버전이니 헐리웃이 좋아하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내용 자체는 어찌 보면 로맨틱 코메디물에서 수도 없이 봐 온 내용이다.  

유명 풋볼 스타 출신인 플레이보이 마이크(워렌 비티)가 호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만난  

테리(아네트 베닝)에게 반하게 되는데 날씨가 그들을 엮어주려는 듯 폭풍우에 비행기가  

비상착륙을 하게 되고 갈아탄 여객선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잠시 짬을 내어 근처 섬에 살고 있는 마이크의 숙모를 방문하게 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지게 되고  

서로 약혼자가 있음에도 서로의 상대를 정리하고  

3달 후에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렇게 3달 후를 간절히 기다리던 두 사람은 운명의 장난처럼 엄청난 일을 겪게 되는데...

 

역시 사랑이란 게 그냥 이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영화들을 보면 보통 극적인 사건들을 함께 겪고 마치 무슨 끈으로 연결된 것처럼

우연한 장소에서 계속 만나 인연을 쌓아 간다. 이런 일이 계속되다 보면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상대를 운명의 상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순간에 꼭 위기의 순간이 발생하고  

이 순간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낭만적인 사랑이 결실을 맺게 되는 전형적인 코스를 밟게 되는데  

이 영화는 그 공식을 딱 떨어지게 보여주었다.

테리가 사고를 당하면서 약속시간에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에 나가지 못하고,  

테리가 나오지 않자 상처받은 마이크의 쓸쓸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정말 맘이 아픈 장면이었는데  

현실 같으면 여기서 두 사람이 다시는 만나지 못하거나 서로 다른 상대를 만나 살다가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야 재회를 하게 되겠지만 영화는 역시 이걸로 두 사람을 이별하게 만들지 못한다.  

사고 이후 마이크를 만난 테리가 진실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모습은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는 모두 더 애틋한 장면을 위한 영화적인 장치니 뭐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현실에서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실제 부부여서 그런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아네트 베닝은 특유의 우아한 매력을 잘 발산했던 것 같다.

 

사귀는 사람이 있음에도 또 다른 사람에게 끌리고 반한다는 게 역시 운명의 상대는 따로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현실에서 두 사람처럼 했다면 비난의 대상의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 맘이 맘대로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지만  

자신이 어느 입장이 되느냐에 따라,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입장이 되느냐  

자기 짝이 새로운 사랑을 찾아 버림받는 입장이 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판단을 할 것 같다.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영화 속에선 꼭 진정 사랑하는지 시험하기 위해 한참 후에 다시 만날 약속을 정하곤 하는데 

('비포 선라이즈'에서도 같은 약속을 하지만 그들 커플의 결말은 '비포 선셋'에 잘 나온다.ㅋ)  

굳이 그런 시험에 들게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극적인 만남에 따른 어느 정도의 견제장치를 설정한 거라 할 수 있고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연인들의 본능이라 할 수 있을텐데  

너무 빨리 불붙은 사랑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냉각기를 통해  

서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그러다간 대부분 헤어지기 십상이겠지만...ㅋ) 



전체적으로 해피엔딩의 로맨스물로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무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이라 할 수 있다.  

마이크의 숙모로 나오는 케서린 헵번의 반주에 맞춰 아네트 베닝의 허밍으로 들을 수 있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피아노 솔로를 비롯하여 비틀즈의 'I will'을 아이들이 합창하는 곡 등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주옥같은 곡들이 실려 있어 영화의 여러 장면들을 더욱 와닿게 해주었다.

이 영화처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어떤 시련이 있어도 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명적이고 애틋한 사랑을

담은 이런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대리만족을 즐기는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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