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스트 코요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4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상사인 파운즈 경위를 폭행한 이유로 정직을 당한 해리 보슈는 정신과 상담 명령을 받게 된다.
시간적인 여유(?)를 갖게 된 해리 보슈는 평생 목에 걸린 가시처럼 자신을 괴롭혔던
어머니 마저리 로우를 죽인 범인을 잡기로 결심하고 사건 관련한 기록들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바로 전에 읽은 '콘크리트 블론드'에 이어 해리 보슈의 현재 모습을 만든 일생일대의 사건인 어머니의
죽음을 파헤치는 이 작품은 해리 보슈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었다.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하고 파운즈 경위를 폭행하고 정직을 당한 해리 보슈는
동료 경찰이 우연히 과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잡아보겠다고 결심한다.
매춘부였던 해리 보슈의 어머니는 폭행을 당하고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채 미제 사건으로 남고 말았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완전히 고아가 된 해리 보슈는 이집 저집을 전전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되고 그 당시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평생을 외로운 코요테처럼 누구와도
제대로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세상을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 당시의 수사 수준으로는 밝히지 못한 것도 지금의 과학수사로는 범인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수사에 착수한 해리 보슈는 수사가 의도적으로 방해받았음을 확인하고
그 배후에 아노 콘클린이라는 당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어머니의 절친한 친구와 당시 수사관들을 만나면서 심증을 굳히게 된 해리 보슈는
아노 콘클린의 후원자이자 여전히 유력한 인사인 미텔의 파티에 참석하여
그를 자극하고 이에 불똥은 엉뚱한(?) 사람에게 튀게 되는데...
'부모를 죽인 원수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는 말도 있듯이
어머니가 비참하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늘 해리 보슈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게다가 직업이 형사인지라 해리 보슈가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초동수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데가 정직상태라 쉽게
수사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등 진실에 다가가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범인을 잡겠다는 강렬한 열망은 사건 단서들을 하나씩 꿰맞추어 나가
결국은 진실에 다가가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혀 뜻밖이었다.
해리 보슈가 미텔 일당과 생사를 건 대결을 벌이는 거나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은 솔직히 좀 허무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토록 잡고 싶었던 범인과 어머니의 죽음에 숨겨진 진실이 바로 그것이었다니
아무리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일그러진 감정이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얼마나 망가뜨리고 고통을 주는지를 보면서
정말 감정 컨트롤을 잘 해야겠고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몹쓸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앞선 두 편의 작품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실비아가 해리 보슈 곁을 떠나
외롭게 남겨진 해리 보슈는 또다시 새로운 여자를 만나게 된다.
한 사람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해리 보슈의 기구한(?) 운명을 안타깝다고 해야할지
매번 새로운 여자로 갈아치우는(?) 탁월한 능력을 부러워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ㅋ
암튼 해리 보슈가 어머니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그가 그동안 겪어 왔던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되지 않았을까 싶다.
비명횡사한 어머니를 죽인 범인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는 분노와 고통에서는
이제 해방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동안 해리 보슈라는 고독한 형사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해리 보슈라는 인물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된 느낌이 든다.
평소 누군가를 제대로 알게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
특히 드러내기 쉽지 않은 과거와 상처들을 남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으면서 해리 보슈라는 인물과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그런 사이가 된 기분이다.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게 된 해리 보슈가 더 이상 아픈 과거와 상처로 인해
외로운 코요테처럼 어슬렁거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