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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어릴 때 양친을 잃고 백부에게 양녀로 입양된 오토네는
먼 친척에게 어떤 남자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백 억엔의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결혼할 남자가 누군지 궁금해 할 사이도 없이 백부의 회갑연 중에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오토네는 낯선 남자에게 순결을 잃게 되는데...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이젠 겨울에도 정례적으로 팬들을 찾아와 너무나 반갑다.
1년에 여름과 겨울 두 번씩 긴다이치 코스케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 할 것인데 앞으로도 쭉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사실 긴다이치코스케는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할 뿐이고 화자인 여주인공 오토네와 그녀를 사로잡은 정체불명의 남자가 펼치는 모험담이
주 내용을 이루는데 사실 본격 추리소설이라기보단 피비린내와 음모가 진동하는 치정극 속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라 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엄청난 유산을 둘러싼 상속 가능한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과거에 있었던 악연 등이 얽히고 설키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이름처럼 사람들의 머리(?)로 쌓은 삼수탑의 비밀까지 더해지면서 사건은 정신 없이 진도를 나간다.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계속 끌려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사건과 죽음을 몰고 다니는 오토네가
안쓰럽기 짝이 없었는데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한 남자에게 전적으로 의지한 그녀가
결국은 그 남자와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되어 정말 다행스러웠다.
역시 남녀간의 관계는 특별히 정해진 인연이 있는 것 같다.ㅋ
이 책은 1950년대 후반의 작품인데 그 무렵 일본의 난잡한(?) 사회상을 여실히 담아냈다.
온갖 퇴폐스런 문화가 이 책에도 적나라하게 담겨있는데 패전 후 서양문화가 밀려들어오고
새롭게 경제발전을 도모하던 격동기의 일본의 사회 모습이 잘 담겨있었다.
사실 범인이 누군지를 밝히는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는 다른 작품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범인의 정체나 연쇄살인의 내막 등은 너무 싱겁게 드러난다) 특유의 괴기스런 분위기와 함께
절박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 오토네가 겪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같이 가슴 졸이며 따라가는 재미가 솔솔했던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은 어느 작품 하나 빠지지 않고 엄청난 흡입력을 보여주었다.
그가 만들어내는 그 묘한 분위기와 광기 어린 인물들이 펼치는 살인의 향연,
그리고 어수룩한 긴다이치 코스케의 뜬금없는 사건해결이
요코미조 세이시만의 매력포인트가 되어 그를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