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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는 고대사 - 민족과 국가의 경계 너머 한반도 고대사 이야기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역사를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진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경우 애매모호한 사료를
바탕으로 어떤 시각에서 이를 해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타국과 연관된 역사와 관련해선 민족주의 내지 국수주의적인 시각에서
자국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난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역사를 미화하거나 과장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우리가 고대사에 대해 배워서 알고 있는 관점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우리는 만주의 주인이었는가', '신라는 민족의 배신자였는가', '일본은 언제나 우리의 적이었는가',
'고대국가, 억압과 저항의 이중주'라는 총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우리의 기존 상식과는 배치되면서 좀 거슬리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단군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나(이 부분은 단군상을 파괴하는 일부 기독교도들과 비슷한 것 같다.ㅋ)
고조선이 만주를 지배한 것인지, 고구려가 진정한 제국이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내용들을 기술하고 있었다.
흔히 만주가 과거 고조선과 고구려의 땅이니까 수복(?)해야 할 우리의 영토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당시의 영토 개념은 오늘날의 영토 개념과는 달리 상당히 약한 거라 할 수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조선이나 고구려가 이 지역을 직접적으로 지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으면 우리의 역사가 완전히 달라졌을 거란 가정법을
쓰곤 하는데 사실 지금의 통일된 한반도의 민족국가 개념에서 접근해서 그렇지
사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간에는 기본적으로 동족의식이 없었다는 점이다.
근대화와 제국주의가 판치는 시점에 등장한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고대사를 바라볼 때 삼국이 한
민족이란 거지 당시의 삼국은 전혀 별개의 국가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은 분명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식민지시대를 겪어 결코 감정적으로 가까이 할 수 없는 나라인 일본도 항상 우리의 적이었던
건 아니고 백제나 가야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고구려나 신라보다
혈맹(?)에 가까운 나라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의 고대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조금은 황당스런 느낌도 준다.
민족주의란 관점에서 접근했던 기존의 우리의 역사학계와는 차별화된 시선이라
한편으론 신선한 느낌도 받았지만 조금은 불편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의 역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름의 자부심(?)이 여지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광활한 만주를 호령했던 고구려의 기상도 과장된 것에 불과하다고 하면
그게 사실일지라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니까...
이런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저자인 박노자가 순수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원래 러시아인으로 한국 여자와 결혼해서 귀화함)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순수 한국인이라면(좀 표현이 이상하지만ㅋ) 오랫동안 세뇌당한 민족주의적 관점과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감정적인 부분이 작용하여 이런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을 시작하면서 근대현사에선 '우리들의 피해'를 강조해
우리를 역사적 정통성이 있는 피해자로 그리면서, 고대사와 관련해선
위대한 정복군주들을 찬양하며 자랑스러워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하는데
너무 적절한 지적이라 사실 좀 뜨끔한 맘이 들었다.
늘 우리는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는 그런 나라라고 하면서
고구려가 만주를 정복한 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전혀 일관된 모습이 아니니까...
암튼 저자의 주장이 진실한지 여부를 떠나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고대사를 보는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은 분명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이런 시각이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처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