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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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엄마를 둔 죄(?)로 아픈 상처를 갖고 외롭게 살던 유미코에게  

어느 날 갑자기 사촌인 쇼이치가 찾아온다.

유미코의 엄마와 쌍둥이 자매였던 이모가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모가 자신을 돌봐주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쇼이치의 얘기를 들은 유미코는  

끔찍했던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

 

정말 오랜만에 만난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다.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본 후 3년이 지났으니까

꽤 소원하게 지냈다고 할 수 있는데 네이버에 연재되었던 이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재회를 하게 되었다.

유미코와 쇼이치의 엄마인 쌍둥이 자매는 사실 마녀였다.

남들과는 다른 능력을 지닌 탓에 역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고

특히 유미코의 엄마는 남편을 칼로 찌르고 자신도 목을 그어 자살한 끔찍한 일을 저질러

유미코는 엄청난 고통을 가슴에 묻어둔 채 쓸쓸히 지내던 중  

오랜만에 사촌인 쇼이치를 만나게 되어서 반가움을 느낀다.

과거의 끔찍한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유미코를 위해 쇼이치는 유미코를 데리고

유미코와 자신의 엄마가 같이 치료받던 클리닉이나 유미코의 집 등을 찾아다니며

꽁꽁 봉인하고 있던 유미코의 기억을 하나둘 되살려내자  

유미코는 자신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어 감을 느끼는데...

 

유미코처럼 엄청난 일을 겪게 된다면 쉽사리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힘들 것 같다.

어린 시절에 그냥 사고로 부모를 잃어도 힘들 것인데 미친(?) 엄마가 아빠를 죽이고 자살했다면

그걸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역시 그런 끔찍한 기억들은 깡그리 지워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우려 하면 할수록 생생하게 생각나는 법이다.

유미코의 입장에선 악몽들이 떠오르지 않게 최대한 관련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런 유미코에게 오랜만에 나타난 쇼이치는 그녀의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쇼이치는 유미코가 아픈 과거와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거에서 아무리 도망가려 해도 살아있는 한, 그리고 기억이 있는 한 도망갈 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당당히 맞서 싸우는 게 제대로 된 치유법이라 할 수 있는데

쇼이치는 유미코가 그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진실들을 마주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더욱 충격적이었다.ㅋ

 

오랜만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었는데 그녀 특유의 감성이 여전했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사랑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얘기가 유독 많았던 것 같은데

이 책도 끔찍한 과거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여자가

사촌의 도움으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농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등장해 그동안 읽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과는 조금은 색다른 느낌도 들었지만

유미코가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가슴 속에만 묻어둬선 결코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상처를 두려움 없이 마주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상처가 아물 수 있음을 잘 표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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