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를 향하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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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인 오드리와 이혼한 유명 테니스 선수 네빌은 늘 휴가를 보내던 트레실리안 노부인 저택으로

현재 부인인 케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드리를 초대한다.

서로 어색한 사람들 사이의 만남 속에 서서히 살인의 그림자가 드리우는데...

 

오랜만에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었다.

한때는 그녀의 작품에 푹 빠져 살았는데(그래도 겨우 30여 권밖에 읽지 못했다)

일본 추리소설들을 비롯한 최신 작품들과 친해지면서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그녀의 작품들과는  

소원해지게 되었는데 외딴 곳에 유배(?)를 당하는 계기로  

그녀의 작품 중 안 읽은 걸 가지고 가서 보게 되었다.

두 권이 더 있어 상당히 고민을 했었는데 비록 포와로나 미스 마플은 나오지 않지만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이 뽑은 베스트 10에 있는 작품이라 선택을 했는데 나름의 재미를 선사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늘 사람들의 묘한 심리를 이용하여 감칠맛 나는 얘기를 만들어낸다.

이 책에서도 네빌의 전처와 현재 처를 한 장소에서 만나게 하여 갈등을 증폭시키는데

여자들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그리고 드디어 터지는 죽음의 향연. 여러 사건에 대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 트레브스 노인의 죽음에 이어

저택의 안주인 트레실리안 부인이 살해당하면서 저택은 발칵 뒤집어진다.

그리고 계속 발견되는 증거들은 너무나 명백하게 네빌이 범인임을 가리키고

사건을 맡은 배틀 총경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데...

 

대부분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한 번 읽고 다시 검토를 하진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몇 번 읽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유배지에 이 책만 가지고 가서 더 읽을 책이 없던 관계로 책을 다 읽은 후

책 구석구석에 퍼뜨려놓은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봤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놀라운 능력에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트레브스 노인이 알고 있던 사건과 범인의 특징에 관한 단서, 배틀 총경 딸의 사례 등

미리 복선으로 깔아놓은 단서들을 잘 확인했다면 어느 정도 범인을 알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단서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지나가 버렸으니 범인을 맞추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런 복잡한 계획을 세운 범인도 대단한 것 같은데

탐정 역으로 나온 배틀 총경은 포와로나 미스 마플에 비하면 그다지 명쾌한 추리를 선보이거나

인상적인 활약을 하진 않아서(매번 포와로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한심한 모습만 보여준다ㅋ)  

좀 안스럽기까지 했다.

사실 범인을 잡게 되는 과정이 예상 외의 인물의 우연한 발견에 의해서인 점이 아쉽긴 하지만

오랜만에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치고는 만족스러웠다.

역시 집착은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이 1944년 작품임에도 그다지 케케묵은 옛날 작품의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시대와 상관없이 공통된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능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녀에게 '추리소설의 여왕'이란 호칭이 붙은 게 아닐까 싶다.

볼 책들이 쌓여 있는 관계로 후순위로 밀려 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의 순위를 

좀 조정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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