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영화 같은 당신
한귀은 지음 / 앨리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영화를 엄청 많이 보는 편인데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는 이유는

아무래도 영화를 통해 뭔가 얻을 수 있는 게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시간 보내기 가장 좋은 수단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처한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 속에서 살 수 있게 된다.

영화 속에서는 어떤 것도 다 가능하기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해서

현실에서는 결코 경험하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는 것들을 대리만족하는

재미가 쏠쏠해서 영화를 닥치는 대로 보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영화를 즐기는 이유가 여러 가지이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영화를 치유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나도 몇몇 영화들을 보면서 마음 속에 응어리졌던 것들이 풀리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저자는 위로를 받았던 영화들을 모아 일곱 개의 상영관에서 동시상영하는 멀티플렉스를 운영한다.
그 중 상당수는 내가 봤던 영화들이라 내가 봤을 때의 기억과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저자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생각과 느낌들과 비교해볼 수 있었다.

 

먼저 제1관에선 '도시'라는 주제의 영화들을 상영했다.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도시에선 늘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일들이 수없이 반복되는데

1관에서 상영된 5편의 영화 중 '카페 뤼미에르' 외엔 모두 본 영화들이라

저자의 감상이 더욱 와닿으며 영화 속 장면들이 연상되었다.

헤어진 남자친구 병운(하정우)에게 느닷없이 찾아와 빌려 준 돈을 돌려달라는 희수(전도연)의 얘기를  

그린 '멋진 하루',  낯선 도시 도쿄에서 서로 소통하는 두 남녀의 얘기를 그린 '사랑도 소통이 되나요'도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지만 무엇보다 연인들의 성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날 약속을 하고도  

사고로 만나지 못해 안타까움을 줬던 '러브 어페어'의 명장면들이 영화를 볼 때의 감정들을 되살려줬다.

 

제2관에선 영화의 가장 많은 주제가 되고 있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란 주제로  

무려 1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봄날은 간다', '이터널 션사인', '비포 선라이즈', '색계' '브로크백  

마운틴' 등 하나같이 사랑에 관한 대표적인 영화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늘 느끼는 거지만 사랑이란 건 너무 다양한 모습이라서 일률적으로 규정짓기가 불가능한 것 같다.

딱히 모범답안이란 것도 없어서 누구나 어려워하면서도 그 황홀한 느낌을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데
사람을 행복에 겹게 만들기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기도 하는 게  

바로 사랑임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체념과 회의의 힘'이란 주제의 제3관, '판타지의 두 얼굴, 조울'이란 주제의 제4관,

'당신만의 발성법을 위해'라는 주제의 제5관을 거쳐 '혼자 본 영화'의 제6관, '내 삶의 장르 찾기'라는  

마지막 관까지 저자의 감상이 고스란히 담긴 여러 영화들을 함께 보면서 역시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마다 영화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국문학과 여자 교수라 그런지 영화를 보고 느낀 생각이나 감정들을 표현하는 게

나같은 보통 사람이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깊이 있다 할 수 있고 다르게 보면 좀 어렵게 얘기한다고 할 수도 있었는데

영화평론가들의 평론을 읽을 때와는 조금은 색다른 느낌을 받았었다.

저자가 전주 KBS 라디오에서 영화소개를 하곤 있지만

아무래도 전업 평론가들과는 다른 일반 관객의 입장에 더 가까워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이동진 기자가 쓴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보다는

전에 봤던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는 책과 비슷한 구성과 느낌의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나도 나름 영화 리뷰들을 많이 남기고 있는데 언젠가 내 영화 리뷰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자비출판으로 나만의 기념물이 되겠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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