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정원 -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
정석범 지음 / 루비박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미술에 관해선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와 같기 때문에 어려운 전문적인 책보다는 쉬우면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책들을 고르던 중 미술과 관련된 에세이인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미술사가인 저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어린 시절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그림을 한 편씩 소개하는 형식인 이 책은 사실 그림보다는 저자의 파란만장했던 어린 시절을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책이었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인 관계로 여기저기 이사를 많이 다녔던 저자가

4살 때부터(이때가 기억난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난 제대로 된 기억은 7~8살 때부터인데...ㅋ)

사춘기에 접어들 12살 때까지의 32편의 에피소드를 싣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어린 시절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 나오는 것만 해도 전곡, 원주, 대구, 비아(현재 광주지역)의 전국 여기저기를 이사다녔는데

군인의 자식으로 산다는 게 상당히 고달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사귈쯤 되면 이사를 가니 제대로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고

지방마다 텃새가 있다 보니 원래도 내성적인 성격인 저자는 자연스레 왕따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군인의 아들이라 맞고 다니면 아버지의 명예(?)가 상할까봐 열혈남아(?)로 살면서

원치 않은 넘버3가 되는 등 나름 산전수전 다 겪는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지만 커서 되돌아보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추억들을 많이 간직한 것 같아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아무래도 나보다는 조금 윗세대고 주로 시골 생활이 많이 나와서 완전히 공감하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대구에서 살던 시절은 왠지 모르게 더 와닿았다.ㅋ) 어린 소년의 시선과 마음을 따라 가다 보니

저자의 어린 시절에 동화되는 느낌도 들었다.

 

예술 작품에 얽힌 개인적인 사연들을 들려준다는 점에선 고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  

유사한 측면이 많은 책이었는데 각 작품에 얽힌 사연들을 통해  

작품들을 보다 친근하게 소개받는 점이 이런 에세이의 장점이라 할 것이다.

이 책에선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작품들을 넘나들고 있는데 빈센트 반 고흐, 칸딘스키, 마티스,  

뭉크, 프리다 칼로, 고야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너무 유명한 뭉크의 '절규'외엔 대부분 처음 보는  

작품이었다)을 만날 수 있었고, 게리 두, 라울 뒤피, 강탱 마시, 조슈아 레이놀즈 등 새롭게 알게 된  

화가들의 작품들도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저자의 사연에만 몰입하다 보면 작품들에 집중하여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거나

작품들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미술에 가까워지는 방법은 역시 각 작품에 자신만의 사연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비록 저자의 사연이긴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과는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과도 나만의 사연으로 인연을 맺는 게  

미술과 친해지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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