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삼국지를 말하다 - 삼국지 인간형으로 보는 성격의 심리학
김태형 지음, 신대성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삼국지만큼 우리에게 많이 읽혔고 익숙한 중국의 고전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라 할 수 있는 이문열, 황석영이 10권짜리 삼국지를 출간했고,

여러 버전의 책들은 물론 컴퓨터 게임으로도 유명해

삼국지의 기본 줄거리나 등장 인물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그동안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던 각 인물들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게 해주는 분석이 매우 흥미로웠다.

먼저 삼국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유비는 조조와 대비되면서 너그럽고 따뜻한 군주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유비는 애정결핍증 환자에 불과했다.

유비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져서  

지나치게 겸손을 떨었다.

무엇보다 유비의 필살기(?)는 상대방의 동정심을 유발하고 부담 주는 것으로

제갈공명을 군사로 데리고 온 삼고초려도 유비의 필살기가 적중한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의외의 인물은 최고의 전략가로 칭송받는 제갈공명이 사실은 질투의 화신이었다는 점이다.

유비의 삼고초려로 촉의 군사가 된 제갈공명에게 내부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은 관우밖에 없었다.

최고의 무장이자 정신적인 지주라 할 수 있는 관우를 견제하려 했던 제갈공명은  

조조에게 빚이 있던 관우의 심리를 이용해 적벽대전의 화용도 사건의 함정(?)에 몰아넣는다.

소설에서도 제갈공명은 관우가 조조 일행을 살려줄 것을 미리 알고도 관우에게 빚을 갚을 기회를  

줬다고 되어 있지만 관우 입장에서 보면 알면서도 그런 곳으로 자신을 내몬 제갈공명의 처사가  

괘심하게 생각될 것 같다.

그래도 이 부분은 제갈공명에게 변명의 여지가 있지만 형주를 관우 혼자 지키게 해놓고

서로 다른 명을 내려 관우를 죽음으로 내몬 점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는 제갈공명에게 관우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여서 그를 사실상 제거한 거나  

다름 없는데 관우의 죽음이 제갈공명에겐 자신의 독주체제를 굳건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지만

장비와 유비의 죽음을 유발시켜 촉을 패망으로 이끈 결정적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삼국지의 등장 인물 중 제갈공명을 가장 좋아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제갈공명도 결코 완벽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인간의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평가한 가장 심리적으로 건강한 인물은 역시 관우였다.

자신과 남을 신뢰하고 뛰어난 무공 뿐만 아니라 인간미가 넘치는 관우의 모습은

적의 장수임에도 조조가 그를 오매불망 동경했을 정도로 돋보였다.

조조도 난세의 간웅이자 악랄한 이미지가 있지만 삼국의 다른 군주들에 비하면  

비교적 건강한 심리적인 상태를 지녔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솔직하면서도 인재들을 아끼는  

그의 모습은 결국 위나라가 패권을 차지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해주었다.

 

삼국지와 등장 인물들에 대해선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놓은 이 책을 읽으니  

내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각 인물들의 성격이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특히 내가 좋아했던 제갈공명의 부정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어서 좀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 이는 타고난 본성과  

성장 환경 등이 크게 작용하는 거라 건강한 심리상태를 유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삼국지를 3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는 세상을 논하지 말라는 말도 있는데

삼국지를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읽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삼국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각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면서

삼국지를 재해석하는 계기도 마련해 주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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