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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한계 - 당신이 뭘 아는지 당신은 어떻게 아는가
로버트 버튼 지음, 김미선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가끔 뭔가를 안다는 느낌을 받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기억이란 게 자신은 정확하다고 믿고 싶지만 실제는 그러하지 못한 경우가 빈번한데
이는 우리의 뇌가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데 그 이유가 있다.
신경과 의사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안다고 인식하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여러 사례를 들며 그 과학적인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안다는 느낌은 공포나 불안과 같은 1차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안다는 느낌이 들면 당연히 뇌에 남아 있는 기존의 지식이나 경험에 근거한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정확하진 않아도 뭔가 비슷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무런 근거가 없이도
자연스레 생기는 원초적인 감정들처럼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안다고 느끼기 때문에
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이를 쉽게 신뢰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등에서 소개되었던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이 바로 이 경우에 적용되는 이론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예로 든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투수들이 던지는 공이 보통 130~150km이고 투수가 던진 순간부터 홈 플레이트를 지나는 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0.380에서 0.460 밀리초이다. 타자가 공에 반응을 보이는 시간이 200밀리초,
스윙시간이 160~190밀리초이기 때문에 속구의 경우 홈 플레이트에 도달하는 시간과
타자가 공에 반응해서 스윙하는 시간이 거의 맞먹는다.
그럼에도 베이브 루스나 배리 본즈 같은 타자들은 자신이 공이 어디로 오는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타격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공에 반응한다는 게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이 실제와는 다른 것임을 잘 보여줬다.
이 책에선 '블링크'의 말콤 글래드웰이나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에 대한 비판도 하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블링크'에서 눈을 깜빡이는 짧은 순간에 하는 판단이 정확한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책에선 그게 우리의 잘못된 착각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경우 과학을 너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기 때문에
맹목적인 종교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뭐가 맞는지는 쉽게 판단하긴 어렵겠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우리가 안다거나, 맞다,
확신한다, 확실하다는 느낌이 결코 신중한 결론이거나 의식적인 선택이 아닌
정신적인 감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것인지 절실히 느꼈다.
우리는 우리의 뇌를 믿고 싶어하지만 뇌는 확신을 얘기할 만큼 정확하지 않으며
확실성은 생물학의 세계에선 가능한 것이 아님을 잘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너무 안이하게 받아들이는 안다는 느낌의 정체가 정확하게 뭔지를 아는 기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