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훔친 29가지 이야기 - 달나라 사기극에서 허무 논문까지
하인리히 찬클 지음, 박소연 옮김 / 말글빛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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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어렵고 평범한 사람과는 거리가 먼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런 과학을 훔친 이야기라는데 솔깃해져서 읽은 이 책에는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거짓말로 세상을 우롱한 흥미로운 얘기들이 담겨있었다.

 

먼저 처음을 장식한 것은 바로 달나라 사기극이었다.

천왕성을 발견한 유명한 천문학자인 윌리엄 허쉘의 아들 존 허쉘이 달을 관측한 결과 

순록 등의 동물들과 인간과 흡사한 거주민들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는 기사가  

'뉴욕 썬'지에 실리자 미국 전체가 달 이야기로 열광했는데  

정작 존 허쉘은 이런 기사가 실린 사실조차 몰랐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얘기였다.

요즘도 언론의 행태가 도마에 오르곤 하지만 이런 엉터리 기사를 쓴 사람이나

이런 기사를 실은 신문사 모두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미국의 물리학자 헤더링턴의 얘기는 더 가관이었다.

논문을 혼자 작성한 경우 '우리'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됨에도 이를 간과하고 그 단어를 사용한  

사실을 발견하자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이름인 윌라드 체스터를 마치 공저자인 것처럼  

올리는 코메디를 연출한다. 나름 재치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가  

할 행동으로는 적절하진 않은 것 같았다.

 

억지 주장을 일삼는 종교계가 벌이는 행동들도 거의 코메디수준이라 할 수 있는데 진화론 뿐만  

아니라 창조론도 가르치라고 압박을 가하는 근본주의자들의 행태는 진저리가 날 지경이었다.

산타클로스가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날라주는 것에 대한 연구나

사무실 티스푼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이런 것도 연구할 수 있나 할 정도로 신선한 발상이 돋보인다 할 수 있었다.

'호밍산의 치타송어'처럼 실존하지 않는 생물을 만들어내 검색엔진간 성능대결을 벌인 흥미로운  

일도 있는 반면 북아메리카에 살았다던 나시레마(Nacirema)족(거꾸로 읽어보면 뭔지 알 거다.ㅋ)의  

얘기나 학생들의 가짜 화석 장난(일본의 역사 조작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우펜 푸프나 코 동물 등 그 존재가 불확실한 생물들에 대한 주장 등 쉽게 속아넘어갈 정도로  

사실적이면서도 그 진실을 알게 되면 허탈해지는 사례들이 많이 실려 있었다.

 

이 책을 보면 과학계도 입증되지 않는 '카더라'식 주장이 어느 정도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고의적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발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괴짜랄까 악동같은 성격의 사람들이 교묘한 장난을 친 것도 있는 것 같다.

전자인 경우 학계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등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겠지만

후자는 귀여운 애교(?)로 봐줘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물론 둘의 차이는 거의 없다.ㅋ) 

어쨌든 논리적이고 진지하기만 할 것 같은 과학에 있어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났다는  

점을 보면서 과학에도 왠지 빈 틈이 있는, 인간다운 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유쾌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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