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글.사진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를 엄청 많이 보는 편인데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볼 때가 있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눈앞에서  

어른거려 언젠가 영화에 나온 그곳을 한 번 찾아고픈 맘이 드는 적이 종종 있다.

 

이 책은 영화전문기자인 이동진 기자가 영화에 나온 장소들을 찾아 떠난 여행기 12편을 담고 있다.

12편의 영화에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원스', '말할 수 없는 비밀', '맘마 미아',

'캐스트 어웨이',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처럼 내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인 영화들이 있는 반면

나머지 6편은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에 나온 장소들을 다녀 온 것이었다.

(나름 영화를 많이 봤는데 내가 보지 못한 영화가 반이나 된다니 좀 충격이다. ㅋ)

 

세상의 중심인진 모르겠지만 영화를 통해 사랑의 성지(?)가 된 오스트레일리아의 울룰루는

연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같이 가 볼만한 장소이며 아키와 사쿠가 풋풋한 사랑을 만들어가던  

일본의 아지초는 영화 속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리게 했다. 거리의 가수의 사랑을 그린 '원스'의  

무대인 아일랜드와 스타워즈 시리즈가 촬영된 튀니지의 황량한 사막과 동굴들,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상륜과 샤오위가 비밀을 숨긴 채 사랑을 만들어가던 대만 단수이,  

아바의 히트곡을 배경으로 흥겨운 뮤지컬을 보여줬던 '맘마 미아'의 무대가 되었던 아름다운  

그리스의 섬들, 톰 행크스가 무인도에서 고군분투했던 '캐스트 어웨이'의 촬영장소인 피지까지

영화의 무대를 찾아나선 이동진 기자의 여행을 따라가는 재미가 솔솔했다.(특히 피지에서 
톰 행크스 

처럼 리키(배구공)를 만들고 코코넛을 따 먹으며 표류생활을 체험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비틀즈 노래들로 만든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촬영지는 뉴욕과 프린스턴이었지만

이동진 기자는 비틀즈의 도시 리버풀을 찾아가는데 비틀즈 팬의 한 사람으로서 리버풀은  

꼭 한 번 가볼 장소가 아닌가 싶었다.(스토로베리 필즈나 페니 레인 등을 비틀즈의 노래를 들으면서  

거니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인다. ㅋ) 

 

사실 영화 속에 나왔던 장소들이 영화와 연관지어 보면 로맨틱하고 인상적인 장소들이지만

상당수는 영화의 무대가 되었는지가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장소였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그곳이 생활의 터전일 뿐이라(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영화가 촬영된  

장소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별다른 감흥이 없는데 반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겐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게 되는 것 같다. 역시 어떤 장소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는 장소인지는  

그곳에 얽힌 추억과 사연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가 보다.

 

내가 보지 못했던 6편의 영화는 영화 속 무대를 따라다니다 보니 꼭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나 다이안 레인이  

나오는 '투스타니의 태양', 소설로 유명한 '폭풍의 언덕' 등은 아직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과연 영화에서도  

이 책에서 나오는 그런 풍경이 담겨져 있는지 확인해봐야겠다.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6곡의 노래를 담은 사운드트랙이 담겨져 있다는 점이다.

6곡 모두 처음 듣는 노래들임에도 영화 속 장면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영화에 제격인 곡들로 선곡이  

되어 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으면 더욱 황홀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와 음악이 함께 하는 여행을 다닌 이동진 기자가 질투가 날 정도로  

몹시 부러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도 꾸려나갈 수 있다면 정말 환상적인 인생이  

아닐까 싶은데(물론 좋아하는 일들이 직업이 되면 과연 어떨런지는 모르겠다)  

영화 속 풍경들을 찾아다니며 영화를 다시 음미하고 인생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그의 여행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나도 언젠가 이런 여행을 할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