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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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나와 함께 살면서 가끔씩 찾아오던 아버지가 오는 날만 기다리던 마리암은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을 뿌리치고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아버지에게 문전박대를 당한다.

절망에 빠져 집으로 돌아온 마리암은 목을 맨 나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에겐 끔찍한 시련이 시작되는데...

 

여러 사람들이 가슴뭉클한 감동을 느꼈다는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의 굴곡 많은 현대사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애환을 가슴 저리는 얘기로 그려내고 있다.

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해 일컫는 말)로 태어난 마리암은 가끔씩만 볼 수 있는 아버지가 보고파

어머니 말을 듣지 않고 아버지를 찾아갔다가 냉대를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어머니는 마리암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고 자살해버리면서 마리암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나이 많은 홀아비 라시드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잠시 마리암에게 잘해 주던 라시드도 마리암이 유산을 하게 되자 본색을 드러내며  

마리암을 구박하기 시작하는데...  


한편 아프가니스탄의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교사 아버지를 두었던 라일라는 폭격으로 부모를 잃고

사랑하던 타리크마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듣자 절망에 빠지지만

타리크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자 마지 못해 라시드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이제 원치 않은 동거를 시작하게 된 마리암과 라일라는  

악랄한 남편 라시드와의 눈물겨운 나날을 보내기 시작하는데...

 

아프가니스탄하면 흔히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 테러가 연상된다.

9.11. 테러 이전에도 소련의 침공이 유명할 정도로 고난의 세월을 보내온 나라인데

이 책에선 아프가니스탄의 기구한 역사 뿐만 아니라 이슬람 원리주의에  

학대당하는 여자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마리암과 라일라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우리 조상 여인들의 삶이 겹쳐지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부잣집 아버지를 두었지만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관계는 사극에서 흔히 보는 설정이고,

부모에 의해 반강제로 결혼을 하는 거나 애를 못 낳는다고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것 
모두 너무나  

익숙한 풍경들이었다. 게다가 남편이 젊은 여자를 다시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슬람문화권에선  

자연스런 일인지도...)과 이로 인한 두 여자의 갈등도 어쩌면 뻔한 스토리라 할 수 있었지만  

이후 마리암과 라일라가 라시드의 학대에 맞서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뻔뻔하기 짝이 없는 라시드의 폭력에 여자란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었는데 아무리 여자에 대한 각종 규제가 심한 이슬람문화권이라지만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삶조차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지금도 여전할 거라 생각하면 단순히 문화의  

차이라 하기엔 좀 문제가 있을 것 같다.(물론 이슬람문화에 대한 나의 이해부족일 수도 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라일라와 마리암은 라시드에게서 탈출할 기회를 엿보고 

결국 마리암의 희생으로 라일라와 아이들은 지옥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된다.

라일라는 자신을 딸처럼 아껴준 마리암이 살던 곳을 찾아 그녀를 추모하는데 마리암을 외면했었던

그녀의 아버지가 딸에게 용서를 빌면서 딸을 보고파 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은 편지에

괜히 나도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소련과 미국이란 강대국의 침략과 탈레반이라는 무자비한 폭력적

정권으로 인해 수많은 난민을 만들어낸 나라 아프가니스탄.

어찌보면  자신에게 온갖 고통을 안겨준 곳임에도 고향으로 돌아간 라일라처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 이 책을 읽으며

두 여자의 눈물나는 사연을 통해 같이 울고 웃으면서 

어떤 끔찍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꿈꿀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영화로 봤던 '연을 쫓는 아이'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여자들의 눈물겨운 얘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아직도 학대받고 고통스런 날들을 보낼 사람들이

이 책의 주인공처럼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맛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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