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티핑 포인트'에서 상품이나 유행 등의 결정적 순간인 '티핑 포인트'의 요건으로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을 제시했던 말콤 글래드웰이

이번에는 첫 2초내에 하는 판단의 위력을 입증한다.

눈을 깜박이는 짧은 순간을 뜻하는 '블링크'는 짧은 순간의 판단이 오히려 모든 조건을 일일이  

확인하여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보다 더 정확함을 여러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폴게티 박물관에서 구입한 쿠로스상의 진품 여부에 대해 박물관측에선 신중한 조사를 통해  

진품이라고 판단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쿠로스상을 보는 첫 순간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 순간에는 그게 뭔지를 정확하게 설명하진 못했지만  

사후에 밝혀진 결과에 따르면 그들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워싱턴 대학의 심리학자 존 고트먼의 경우 자신을 찾아온 부부들과 한 시간 동안만 대화를 나누고도  

그들이 15년 뒤에 이혼할 것인지를 95%로 예측할 수 있었는데 배우자에 대해 은연 중에  

보여주는 경멸의 감정이 부부의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었다.

 

이렇듯 어떤 판단을 하는데 있어 처음 2초간의 판단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감이라는 그런 감정적인 판단이 아니라 여러 판단요소를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를 해서 그중 중요한 판단요소만 가지고 순식간에 판단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 경지에 이르려면 특정 분야의 대가라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지만

수많은 요인들 중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고 그 점에만 집중하는 게

바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블링크의 방법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처음의 판단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키 크고 잘 생기기만 했던 미국 최악의 대통령 중 한 명인 웨렌 하딩의 사례나

흑인을 보면 괜히 범죄자로 추정한다거나 여자는 연주를 못한다는 오케스트라의 편견 등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첫인상만 믿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결국 편견이 배제된 신중한 첫 2초의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누구나 알게 모르게 각종 편견에 오염되어 있고 2초만에 현명한 판단을 할 경지에 이르려면

수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고 전문가라 불릴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면 자잘한 것까지 살피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순간적인 판단을 믿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인 의사결정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문제다.

 

나도 나름 까칠한(?) 성격이라 완벽한 걸 추구해서(물론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ㅋ)

어떤 판단을 해야할 때는 모든 걸 정확하게 확인하고 나서 이것저것 다 따져보고 난 후에야

겨우 결정을 내리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니 그렇게 하는 판단이 순간적인 판단보다 나을 게 없었다.

(그래도 아직 '블링크'를 할 경지에 오르지 않는 나같은 사람은  

꼼꼼하게 살피는 게 실수를 줄이는 것 같다.ㅋ) 

사실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고 신속한 결정이 요구되는 현실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확인하고 나서 결정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미련하고 어리석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특히 치열한 경쟁 속에서 CEO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겐 무엇보다 순간적인 판단과 결단력

그리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기에 그들에겐 정말 첫 2초간의 판단이 중요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좋은 의사결정이 꼭 심사숙고 끝에 나오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는데

나도 '척 보면 아는' 그런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좀 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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