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열여덟 편의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3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우연히 만난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같이 노숙을 하게 된 나는

미래에서 온 노파가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겼다는 사나이의 사연을 듣게 된다.  

그리고 사나이의 몸에 새겨진 열여덟개의 문신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되는데...

 

소위 환상문학이라는 SF계열의 소설은 그다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

영화로는 익숙한 장르이지만 소설로는 낯선 장르가 바로 SF나 판타지 소설인데  

SF소설의 거장이라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이 단편집에는 지금은 낯설지 않은 화성 등의 소재가  

당시의 시대상황과 잘 버무려져 그럴 듯하면서도 재밌는 얘기로 담겨져 있었다.

 

무려 1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이 나온 시기가 1951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세련된 얘기가 펼쳐진다.

아프리카 초원 등 어떤 환경도 재연할 수 있는 놀이방이 오히려 비극을 불러오는  

'대초원에 놀러 오세요', 로켓 폭발로 광활한 우주를 무작정 유영하게 된 사람들의 얘기인 '만화경처럼',  

흑인들을 화성으로 쫓아냈다가 핵전쟁으로 지구가 엉망이 되자 간신히 화성으로 탈출한 백인들을  

맞은 흑인들의 얘기인 '역지사지' 등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당시엔 심각했던(물론 지금도 여전한) 인종문제를 시니컬하게 고발한 '역지사지'와  

타성에 매몰되어 형식적인 것에 집착하는 종교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 '불덩어리 성상',  

이 책과 같은 환상문학 내지 장르소설에 대한 천대를 비판하는 '화성의 미친 마법사들',  

지구를 침공해온 화성인들을 환영하는 지구인들의 모습을 통해 지구의 삭막한 문명을 잘 보여준  

'콘크리트 믹서', 로봇에게 자신의 역할을 대신 맡기는 '마리오네트 주식회사' 등을 통해  

여러 사회문제를 환상문학과 접목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점이었다.

 

지금은 익숙해진 우주여행이나 시간여행, 외계인, 로봇 등의 소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매력적인 얘기들을 만들어내면서 한편으론 암울한 현실 비판까지 빼놓지 않았던  

레이 브래드버리라는 작가와의 만남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라 할 수 있었다.  

환상문학의 매력이 바로 우리의 상상 속에만 있는 세계를 마치 현실인 듯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그런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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