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라이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전직 영국 수상 애덤 랭의 자서전을 대필하던 마이클 맥아라가 시체로 발견된 후

뒤를 이어 자서전 집필을 맡게 된 나는 마이클 맥아라가 써놓은 초안을 바탕으로

애덤 랭이라는 인물에 대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뭔가를 느끼기 시작한다.

때마침 애덤 랭이 수상 시절 자국민을 CIA에 넘겨 고문을 받게 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마이클 맥아라의 죽음과 애덤 랭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역사 팩션으로 유명한 로버트 해리스가 최근의 정치 현실을 반영하여 쓴 이 책은

정말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고발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폼페이'로 그의 작품을 접한 후 이 책이 두번째였는데

최근에 봤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에서 고스트 라이터가 등장해

읽을려고 고히 모셔놓았던 이 책을 드디어 집어들게 되었다.

말 그대로 유령 작가라 할 수 있는 고스트 라이터는 주로 유명인사의 전기를 대필해주는 작업을 하는데

우리가 시중에서 보는 유명인의 자서전은 대부분 고스트 라이터가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자신이 직접 글을 쓸 만큼의 필력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고스트 라이터가  

본인과의 대화를 통해 녹음한 것을 바탕으로 예쁘게(?) 각색한 것이  

마치 본인이 직접 쓴 것인양 자서전으로 출판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유령 작가가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유령 같은 존재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나'처럼 본인의 진실된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출판되는 내용은 본인을 미화하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유령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고스트 라이터가 주인공이다 보니 고스트 라이터가 그려내는 인물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영국의 전직 수상이라면

거의 미국 대통령에 이어 세계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2인자(?)라 할 정도의 거물인데

마지막에 드러나는 그의 정체는 정말 충격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조지 부시가 벌인 테러와의 전쟁에 그 당시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가 적극 동참하여

이런 빌미를 제공한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 극단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은 영국 사람들은 정말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미국이 그동안 저지른 만행이야 수도 없지만 정말 이런 교묘한 방법을 사용했을 줄은  

정말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물론 약한 나라에 대해선 이런 짓을 많이 했지만 영국 정도의 나라에  

이런 짓을 할 수 있었다는 건 역시 소설이 아니면 믿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암튼 이 소설의 내용이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라면 오히려 그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더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 아이러니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제외하고는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은 대부분 역사 팩션인 것으로 아는데

논쟁을 야기할 만한 소재를 정말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가의 역량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도 영화로 제작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충분히 영화로 봐도 스릴 넘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책의 원제가 'Ghost'인데 진실한 사람들이 아닌 위선적인 유령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유령들 뒤에 숨어 세상을 조정하는 비겁한 인간들과 그런 인간들이 움직이는 나라가

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들도 유령 노릇을 하며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게 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역자 후기에 그 분의 정체를 암시하는 부분이 정말 압권이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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