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그 사랑을
카챠 랑게-뮐러 지음, 배정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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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시 눈을 감고 약간 고개를 떨어뜨린 단발머리의 여자가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차마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아픔을 간직한 그런 여자의 옆 모습에

괜히 마음이 저려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표지

이 책의 제목과 표지만 보면 정말 가슴 아픈 사랑의 얘기가 펼쳐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물론 그런 면도 있다) 이 책은 훨씬 사실적인 사랑의 얘기를 들려준다.

 

아직 통일이 되기 전인 독일을 배경으로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 온 숙련 식자공인 조야가

서독 남자인 마약중독자 해리를 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형식인  

이 책은 과연 어떤 게 진정한 사랑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마약중독자에 그다지 생활력도 없는 그런 해리에게 빠진 조야가 그다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원래 이성으론 도저히 안 될 거 같아도 무작정 빠져드는 게 바로 사랑이지 않나 싶었다.

조야와 해리의 사랑을 보면서 알콜 중독자와 창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가  

떠올랐는데 서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지독한(?) 사랑을 그려냈던  

그 영화와 닮은 부분이 많았다.

심지어 해리가 에이즈에 감염되기까지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야는 해리를 떠나진 않는다.

비록 좀 두려움을 느끼긴 하지만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면서도 해리와 섹스도 하고 그의 곁에 있는다.

보통 사람 같으면 에이즈 감염자 곁에 있는 것 자체를 꺼름칙하게 생각하고 피하겠지만

조야는 에이즈보다 더 큰 병인 사랑이란 지독한 병에 걸려 해리 곁에 있을 수 있었지 않나 싶었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예상했던 내용과는 완전히 달랐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표지와 책 제목만 보면 애절한 순애보가 펼쳐질 것 같지만(나름 순애보라  

할 수도 있다) 상당히 거칠고 힘든 적나라한 사랑 얘기가 펼쳐져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서술 형식도 조야가 자신의 사랑 얘기를 독자에게 담담하게 얘기하는 방식이라

(역자의 후기를 보면 조야가 해리에게 쓰는 편지라 한다) 

마치 조야와 마주 앉아 그녀의 처절한 사랑 얘기를 들어주는 입장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통일 전의 동독 여자와 서독 남자의 사랑, 그들의 이별 이후의 독일 통일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처절한 사랑을 했던 조야가 떠나버린 해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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