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에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으로 선정하여 더욱 유명세를 탄 이 책은

요즘 전세계적으로 대세(?)라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면서

신자유주의가 마치 경제발전을 위한 해법인 것처럼 개발도상국 등에게 강요하고 있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과거와 실체를 고발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시장의 힘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것으로

자유로운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경제발전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선진국이 주장하는 바이며  

우리의 MB정권도 전가의 보도처럼 신줏단지 받들듯이 하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선진국들이 처음부터 신자유주의를 주장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지금과 같은 경제대국이 되기까지는 신자유주의가 아닌 철저한 보호주의 정책을 시행하여

자국의 산업이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애지중지하였다.

그렇기 키운 자국의 산업들이 더 이상 경쟁자들이 없게 되자

자신들이 이용했던 온실을 후발 주자들에겐 사용치 못하게 하는 것(저자의 다른 책의 제목처럼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나라들의 실체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올챙이 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개구리가 바로 나쁜 사마리아인인 선진국들이라 할 수 있었다.

선진국들은 IMF, WTO, 세계은행 등 자신들의 앞잡이(?)인 사악한 삼총사를 이용해

자신들보다 약한 나라들의 시장을 활짝 개방하는데 혈안이면서

마치 이런 자신들의 행태가 못 사는 나라들이 잘 살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것인양 위선을 떨고 있다.

그래서 아마 저자는 그들을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에 비유해 나쁜 사마리아인이라 표현한 것 같다. 

 

각론에 있어 외국인 투자, 공기업 민영화, 특허권의 보호 등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정책들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발전에 불리할 수 있고(외국인은 결국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

공기업이 아무리 썩어빠졌다 해도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게 해법은 아니다.

오히려 전기, 수도 같은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분야나 국가의 전략산업(우리의 경우 포철)  

같은 경우엔 공기업으로 운영하는 게 타당하다.

특허권의 보호기간을 연장하거나 그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기득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어서

후발주자에겐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해 그 보호범위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강자의 논리로 우리가 강자라면  

어느 정도 사용할 여지가 있다.(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가 여부는 별론이다)

하지만 우리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쓸 정도의 강대국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신자유주의를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정부 정책은 어느 정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편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계속 신자유주의를 전파하는 게 그들에게도  이익이 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그들도 자신들의 물건을 팔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신자유주의를 통해 자신들의 배만  

불리다 보면 자신들의 물건을 사줄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시장질서를 형성하는 것보단 다른 나라들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유리함을 모른다는 것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어리석음이라 할 수 있었다.

나쁜 사람을 개과천선 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득권을 가진 그들에게 자신의 것을 그냥 내놓으라고 한다면 쉽게 내놓을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독선에 빠져 자기들의 이익만 추구하다가 2번의 처참한 세계대전을 치뤘던 뼈저린 과거를  

거울삼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정체를 통쾌하게 폭로하는 저자의 탁월한 식견에 공감하며

(게다가 이 책은 영어로 쓴 책이 번역된 것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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