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은 철학자들의 서 -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숭고한 철학적 죽음의 연대기
사이먼 크리칠리 지음, 김대연 옮김 / 이마고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인간에게 있어 죽음만큼 극적인 순간이 없을 것이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죽음은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해주는데
죽음은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의지하고자 하는 종교를 탄생시키기도 했지만
철학에 있어서도 중요한 주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역사상 유명했던 철학자들이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와
그들이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잘 정리한 책인데 사실 철학자들의 독특한 죽음에 낚여 보게 되었다.
소똥에 질식사했다거나 오줌을 참아서(?) 죽었다거나 말에 키스한 후 정신이상에 빠져 죽었다는 등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철학자들의 사인에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부터 시작하여 최근에 사망한 철학자들까지
인류사에 조금이라도 이름을 남긴 거의 모든 철학자들이 언급하는 듯한 이 책은
(물론 서양 철학자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점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닌가 싶다.)
철학작의 정말 믿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죽음과 그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잘 정리한 책이었다.
사실 상당수의 철학자들의 사인은 일종의 설에 불과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여러 철학자들의 황당한(?) 죽음의 대부분은
마치 전설같은 얘기로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는 역시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과연 어떻게 맞이하는 것이 좋으냐
하는데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통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바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미리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삶을 포기하거나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도
죽음에 대한 올바른 대처가 아니다.
여기서 죽음에 대처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는 게 종교와 철학인데
종교가 절대자에 의지함으로써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철학은 우리가 죽음을 받아들이고 유한한 우리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며
죽음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잘 죽는 법을 알지 못하는 자는 잘 살지도 못한다"는 세네카의 말처럼 잘 죽는 것과 잘 사는 것은
표리관계에 있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사는 것이 바로 죽음에 대처하는 올바른 태도라 할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판결을 받아들이며 독배를 든 소크라테스의 사례는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죽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역사에 등장한 수많은 철학자들의 죽음과 그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잘 정리한 이 책은
저자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노력이 빛난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철학자들의 죽음을 조사할 생각 자체가 기발하다 할 수 있었고
인류사의 그 방대한 철학자들의 사인을 규명(?)한 것은 거의 CSI 수준이 아닐까 싶었다. ㅋ
이 책에 등장하는 황당무계한 철학자들의 죽음을 통해 죽음이 좀 희화화된 측면도 없진 않았지만
그만큼 죽음이 인간에게 낯선 것도 아니고 마냥 두려워해야 할 일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간의 삶의 마지막 종착역으로서 자연스러운 과정인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 죽음의 순간이 오기까지 충실하게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죽음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라는 것을 여러 철학자들의 사례를 통해 잘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