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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시 - 시인 최영미, 세계의 명시를 말하다
최영미 / 해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최영미 시인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와 시인의 간략한 해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오랜만에 읽어보는 시집이라 그런지 쉽게 읽히진 않았다.
역시 시인의 안목은 범부의 안목과는 달라 시를 보는 수준이 뭔가 다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쉽게 와닿는 시에 애정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에 실려 있는 시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최영미 시인이 좋아하는 총 55편의 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시인 나름대로 고대부터 19세기 이전의 시를 모아놓은 1장,
19세기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2장, 20세기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3장,
동양의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4장, 한국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5장,
상대적으로 최근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6장으로 되어 있다.
(시대에 따른 구분이란 건 전적으로 내 나름의 해석이다.)
사실 이 책에 소개된 55편의 시 중에 기존에 알고 있던 작품은
겨우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과 기형도의 '빈집' 밖에 없었다.
솔직히 처음 이 시집을 손에 들었을 때는 그래도 최영미 시인이 좋아하는 시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시나 적어도 아는 시가 좀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 나는 아직까지 시의 문외한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거의 시집을 가까이하지 않았고 시집이라 봤던 것도
류시화 시인이 소개한 잠언 시집들이 전부였는데
이 시집을 읽으면서 시에 매력에 다시 한 번 빠져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학창 시절엔 시를 읽는다는 게 왠지 멋져 보인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시에 관심을 가졌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시와는 소원해졌다.
시집이 분량도 가볍고 어디서나 읽기 쉬운데도 불구하고 시와의 감흥도가 점점 떨어졌다.
아마 세상사에 점점 찌들어가서 그런지 시를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시의 매력은 짧은 글귀 속에 담겨 있는 삶에 대한 촌철살인의 메시지일 것이다.
그리고 보통 사람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예민한 감수성과 관찰력으로 만들어낸 표현들에
그동안 놓치지 지나쳤던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시를 읽는 묘미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영미 시인이 소개한 시들이 그리 쉽지 만은 않았지만
읽어버렸던 시를 읽는 즐거움을 다시 되살려주었다.
점점 쌀쌀해져가는 겨울 문턱에 시린 마음 속을 따뜻하게 해줄
좋은 시집을 찾아 읽는 것도 겨울나기의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