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징표
브래드 멜처 지음, 박산호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인류 최초의 살인자란 멍에를 쓰고 있는 카인에 관한 팩션이란 말만으로도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던 책이었는데 단순히 성경속 카인의 얘기만 담은 게 아니라  

오히려 주된 내용은 만화와 영화로 만들어져 영웅의 대명사가 된 슈퍼맨의 탄생과정과

슈퍼맨의 작가 제리 시걸이 겪은 아버지 죽음에 얽힌 비화였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떠밀어 실수로 죽게 만든 이후 혼자서 살아왔던 칼은 ICE요원을 그만둔 후  

노숙자 구호활동을 하고 있던 중 19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를 구조하게 된다.

아버지는 비밀리에 화물을 운송하고 있던 중인데 그 화물을 차지하기 위해  

경찰 제복을 입은 앨리스가 나타나고, 칼을 범인으로 의심한 ICE요원 나오미까지  

들을 쫓기 시작하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먼저 사건의 발달이라 할 수 있는 하나님이 카인에게 주었다는 징표에 대해선  

영원 불멸의 삶을 사는 비법이 담겨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성경에 카인이 죽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을 근거로 하는 것인데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어찌 보면 가장 큰 소망이 담겨 있는 것 같은데  

그런 특혜(?)를 카인에게 주었다는 건 별로 신빙성이 없는 얘기 같았다.  

차라리 아벨을 죽인 카인을 용서해줬다는 징표라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칼과 그의 아버지 일행이 그토록 고생하며 찾아낸 것은 카인이 아벨을 죽인 살인도구였다.

 

이렇게 카인의 징표를 찾아가는 와중에 등장하는 것이  

뜻밖에도 슈퍼맨의 작가 제리 시걸이 남긴 원본이었다.  

대부분의 작가가 그렇듯 제리 시걸도 여러 출판사에 퇴짜를 맞은 후에  

겨우 출판한 책이 지금은 영웅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된 슈퍼맨인데,  

슈퍼맨이 처음에는 악당이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게다가 제리 시걸은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이를 만화에 남겼는데  

이 숨겨둔 만화 원본이 카인의 징표와 연결되면서

이를 찾기 위해 여기 저기를 오가면서 벌이는 추격전과 혈투가 정말 스릴 넘치게 펼쳐졌다.  

물론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예언자의 정체나  

카인의 징표의 실체는 좀 싱거운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카인의 얘기와 슈퍼맨의 얘기를 절묘하게 엮어 재밌는 팩션을 만들어 낸 이 책은  

특히 중간에 슈퍼맨 원본 4장의 삽화를 실어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추리하는 과정이 더욱 실감났었다.

작가는 아마도 아버지와 아들간의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정을 얘기하고자 한 것 같다.  

19년간 아무런 소식이 없었던 칼과 칼의 아버지나,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했던 아버지에 대한  

제리 시걸의 마음,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 덕(?)에 망가진 앨리스,  

그리고 동생을 죽인 살인자이지만 용서(?)를 받은 카인까지  

아무리 잘못을 해도 서로를 보듬고 용서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얘기를 한 것 같다.

카인과 슈퍼맨을 연결시켰다는 것도 정말 기발한 상상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나름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흥미로운 얘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저력을 충분히 인정할 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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