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케이블카에서 금발 머리의 여자가 웃고 있는 모습으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수사국의 살인 3계 팀장인 제임스 헐리는 정직 중인 크리스 매코이와 심리분석관 라일라 스펜스  

등으로 수사팀을 꾸리지만 범인은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웃는 모습의 여자 시체를 계속 남기고,  

과거의 끔찍했던 사건의 악몽에 시달리던 매코이는  

7년 전의 연쇄살인마 데니스 코헨이 다시 돌아왔다고 확신하는데...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으로 한국 팩션계의 선두주자로 우뚝 선  

이정명 작가가 이번에는 추리소설을 들고 나타났다.

사실 가제본 이벤트를 통해 이 책을 출간 전에 읽어보았는데 
당연히 역사 팩션일 줄 알았던 생각과달리  

결코 전혀 외국 유명작가의 작품에 뒤지지 않는 크라임 스릴러였다.

   


이 책에선 기본적으로 우리의 기억에 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예전에 읽은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 나온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실험에도 나오는 것처럼  

우리가 명백히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얼마든지 잘못된 기억일 수 있음을  

이 책은 크리스 매코이를 통해 잘 보여주었다.  

요즘 많이 거론되고 있는 끔찍한 사건 때문에 겪는 트라우마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얼마든지 망가뜨려서 제대로 된 기억은 물론 판단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크리스 매코이도 7년 전 연쇄살인마 데니스 코헨과의 목숨을 건 대결로 식물인간 상태로 상당 기간  

있었고, 심지어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로 겨우 살아 난 상태에다가 데니스 코헨의 아내와 딸을

죽였다는 기억 때문에 늘 괴로워하면서 어떻게든 데니스 코헨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지만  

점점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게다가 죽은 여자들 때문에 또 다른 사람들의 자살 내지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크리스 매코이와 데니스 코헨의 최후의 대결이 펼쳐지는데...

 

뉴아일랜드와 침니랜드라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흥미로운 사건을 담은  

이정명 작가의 신작은 우리 소설로서는 신선한 시도였다 할 수 있었다.  

신문에 나오는 퍼즐이 단서가 된다는 등의 설정은  

분명 다른 책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었다.

트라우마 등의 최근 각광받는 소재와 경찰이 주인공이 되어 범인을 추적하는 수사물은 외국에선  

종종 볼 수 있지만 우리 작가의 크라임 스릴러를 만났다는 것만으로 분명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설정이 외국과 외국인으로 되어 있는 점인데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국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순수 국산 스릴러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 내지 미스터리, 스릴러를 좋아해서 여러 작품을 읽어 보았지만  

대부분 일본 내지 영미의 작가들 작품이었다.

우리 작가의 작품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외국에 비해 장르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가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우리 작가의 작품들을 제대로 찾아 읽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우리 작가들의 작품은 그다지 홍보도 되지 않아 그냥 묻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정명 작가의 이 작품이 우리나라의 장르소설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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