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본능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살인자 추적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연쇄살인범의 고백'을 통해 충격적인 범죄와 범인의 면모를 흥미롭게 분석했던  

마르크 베네케가 다시 한 번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사건을 날카롭게 분석한 책으로

우리가 잘 아는 OJ 심슨 사건 등 유명 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다.

 

과학수사가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갔던 범죄자들이  

이젠 작은 흔적으로도 꼬리를 잡히는 경우가 많다.

현장 감식을 통해 지문, 혈흔, 체모 등을 채취해 DNA를 확인해

피해자나 범인을 특정하는 기술은 완전범죄의 여지를 많이 줄였다.

그럼에도 과학기술은 수사기관만 아니라 범죄자들도 사용하기에  

종종 미궁에 빠지는 사건들이 있기는 하다.

 

가장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바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OJ 심슨 사건이라 할 것이다.  

OJ 심슨 사건은 OJ 심슨을 유죄로 만들 명백한 물증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심제의 단점을 공략한 변호인들에 의해 OJ 심슨을 무죄로 풀려나게 만들었다.

범행 현장의 심슨의 혈흔, 심슨의 집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양말,  

심슨의 집 근처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피가 범벅이 된 장갑 등  

유전자 감식 결과 심슨이 유죄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배심원으로 선정된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었다.

배심원들은 검찰과 변호인측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골라낼 수가 있고,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배심원 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배심원제도의 취지인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아닌 편견을 가진 배심원들이 선임되고야 말았다.  

그것도 흑인에 대해 동정심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아무리 명확한 증거가 있어도  

그들은 설마 흑인 영웅 심슨이 살인을 저질렀을 거라고 애초부터 믿을 생각이 없었다.

결국 엉터리 배심원들에 의해 살인자 심슨은 거리를 활보하게 되었다.

그나마 민사재판에선 심슨에게 엄청난 손해배상을 물어 심슨이 거리에 나앉게 되었지만  

배심원제도의 병폐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우리도 국민참여재판이란 이름으로 배심원제도를 도입하여 비록 구속력은 없지만 
운영을 하고 있는데  

심슨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저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잘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건은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했던 린드버그의 아들 유괴사건이었다.  

당대의 인기스타였던 린드버그의 아들이 유괴되자 린드버그는 이상하게도 경찰 수사를 방해하면서  

독자적인 수사(?)를 진행하다가 결국 아들은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범인이 이용한 사다리의 조각을 증거로 하우프트만이라는 남자가 체포되어  

전기의자로 가지만 마르크 베네케는 린드버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본다.  

악동이었던 린드버그가 장난(?)을 치려다 아들을 죽게 만든 것이 아닌가 의심하였는데  

린드버그의 의심쩍은 행동들로 보면 전혀 허황된 추측은 아닌 것 같았다.

 

최근 심심찮게 발생하게 있는 '묻지마 살인'과 관련해선 자신이 만든 화염방사기를 들고  

학교에 난입하여 학생과 교사들을 무차별 학살한 자이페르트의 경우  

아무리 세상에 불만이 있다 해도 그런 방법으로 해소한다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그에 의해 죽거나 다친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되는가 말이다.

그리고 엽기적인 성범죄 부부인 베르나르도와 호몰카의 사례는

그들의 뻔뻔스러운 행각에 치를 떨면서도 무능한 수사당국이 정말 한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베르나르도를 잡을 수 있던 수많은 기회를 놓치고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하고서야  

겨우 그를 잡는 경찰의 무능함은 경찰에게 우리의 치안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사건들은 비록 사건 자체는 끔찍한 사건이 많았지만  

저자의 치밀한 사건의 재구성으로 인해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범죄 없는 세상에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인간이 존재하는 한 범죄가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아무리 범죄수사기법이 발달해도 미궁에 빠지는 사건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범죄와의 투쟁은 인류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책이었다.

'연쇄살인범의 고백'에 이어 '살인본능'까지 읽었는데

마르크 베네케의범죄 3부작 중 남은 책인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도 꼭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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