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초기에 중요한 문제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될 수 있는 한 신속하게 희생자의 신원 확인이 이루어져야 하며, 정확한 사망 경과 시간을 알아내야 한다.-70쪽
수사를 위해 얼굴을 알아내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아직 살점이 남아 있는 시신의 경우에는 이른바 "시체 화장법"이라는 것을 써서 얼굴을 복원해보는 게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두 번째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몽타주를 그려보는 것이다. 살점 한 점 남지 않은 두개골의 경우에는 그 골격에 맞는 얼굴을 재구성해보는 방법이 있다.-71쪽
시체에서 일반적으로 가정 먼저 파괴되는 것은 안면 조직이다.-73쪽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전체와 맞지 않는 게 있다면 철저히 파고들어야 한다! 모든 증거들이 전체 맥락과 딱 맞아떨어질 때에만 우리는 어떤 사람의 죄를 물을 수 있다. 이처럼 현실의 수사는 단 한 조각의 진실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사투를 벌여야 하는 퍼즐 놀이와 같은 것이다.-143쪽
이런 사건에서 올바르게 해석된 물증은 1,000여 개가 넘는 법리적인 해석보다도 더욱 소중한 것이다. 아니, 올바로 해석된 물증이야말로 판단의 유일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전문가가 물증을 설득력 있게 해석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 범인인지 아닌지 절대 판단하지 말라. 사건과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물증이고 앞뒤 정황이 맞아떨어진다면 세계의 어떤 법정이든, 심지어 여론 재판이든, 이 물증을 꼭 새겨들어야만 한다. 배심원들 역시 마찬가이다. 증거를 요구하고 증거를 올바로 해석하라.-235쪽
증인의 진술에 비해 물증이 갖는 주된 강점은 무엇보다도 시류와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물증은 우리가 갖는 객관이라는 이상과 부합한다. 다시 말해서 물증은 어느 쪽으로도 영향을 줄 수 없는 진술이다. 물증이 없는 곳에서는 추측과 억측만이 판을 칠 뿐이다. 하지만 물증이 발견되었다 할지라도 정확한 이해와 해석은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온갖 설왕설래와 불필요한 언쟁을 줄일 수 있다. 범행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어났는지 물증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방법은 오로지 하나뿐이다. 바꾸어 말해서 물증은 범행이 일어난 과정을 딱 하나로 압축시켜준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물증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에 빚어진다.
아서 코난 도일은 자신이 창조해낸 전설적 탐정 셜록 홈스의 입을 빌어, "다른 모든 가능성들이 부정되고 나서 남은 설명은 옳은 것이다.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진실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것이다.-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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