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젠씨, 하차하다
야콥 하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우체국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우편배달을 15년간 해온 옌젠씨는

별다른 이유없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우편배달 외에는 할 줄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던 옌젠씨는 어쩔 수 없이 실업자의 생활을 시작하는데...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인 옌젠씨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일들을 그린 작품인데

독일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조금은 딱딱한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실업대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우리 상황에 너무 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사실 옌젠씨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였다. 야망이나 욕심 같은 것도 없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우체국 일을 하면서 적은 월급에도 만족하고 사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옌젠씨가 실업자가 된 후 노동조합에서 실시하는 구직자 교육도 받고  

모든 TV 프로그램을 철저히 분석하여 그 속은 담긴 평범함(?)에 대한 진실까지 밝혀내지만  

왠지 공허함만 가득 했다. 결국 옌젠씨는 TV를 창밖으로 던져버리는데...

 

옌젠씨는 실업상태에서 실업수당에 만족하며 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사실 이런 사람만 있으면 나라의 산업이 파탄날 것 같다.

아예 근로 의욕이 없고 실업수당만 타먹고 사는 사람이 우글거린다면 도대체 일은 누가 할 것인가 싶다.  

요즘 실업난이라고는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3D업종은 여전히 구인난에 허덕인다.

일할 생각조차 없는 사람까지 세금으로 먹여살려야 하는지는 정말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옌젠씨가 잘 다니던 우체국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 이후에 옌젠씨의 태도는 좀 한심스러웠다.

TV나 라디오 등 방송매체를 완전히 끊는 것은 개인의 선택 문제라 할 것이지만 
실업수당을 받으면서도  

우체국 일만 고집하며 다른 일을 하려고 노력조차 안 하는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국가도 문제가 있다. 형식적인 취업교육은 하나 마나 한 것이고,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노력을 하거나 취업할 기술 교육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정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생색만 내고 있다.

급기야 경기침체를 이유로 실업수당마저 점점 줄이면서 없애는 극약처방을 하자  

옌젠씨는 자기 특유의 방법으로 저항한다.

 

이 책은 실업이 만연한 유럽을 배경으로 국가의 실업정책에 옌젠씨가 저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업이라는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의 문제가 되었다.

정부는 늘 일자리 늘리기를 공약하지만 대부분 한시적인 비정규직에 불과해  

근본적인 실업대책은 되지 않는 것 같다.  

예전과 같이 경제가 고도로 성장할 때면 몰라도 앞으로는 계속 실업이 문제가 될 것이다.

실업은 단지 개인 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 국가의 문제다.

가장이 실업상태면 가정이 파탄이 나고 그런 실업자들이 많은 상태면 나라가 파탄이 난다.  

이런 심각한 문제임에도 쉬운 해법이 없다는 점이 역시 어려운 점인 것 같다.  

게다가 아예 취업포기자가 늘어나고 실업수당만 타 먹는 사람들까지 생겨나는 상태여서  

이 문제에 어떤 해결책이 효과가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독특한 캐릭터와 상황 설정으로 조금 공감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요즘  

가장 큰 사회문제 중 하나인 실업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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