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들에게 공통되는 소위 기본적인 사실은 일반적으로 역사가가 사용하는 재료에 속하는 것일 뿐 역사 그 자체에 속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17쪽
흔히 사실은 스스로 말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사실은 역사가가 사실에 생기를 불어넣을 경우에만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실에 어떤 순서, 어떤 문맥으로 발언을 허용하느냐 하는 것도 역사가의 소임이다. -18쪽
역사적 사실의 지위는 해석의 문제에 의존한다.-20쪽
배러클러프 우리가 읽고 있는 역사는 분명히 그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는 일련의 판단이다.-22쪽
역사가가 연구하는 과거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도 현실에 살아 있는 과거이다-33쪽
역사상의 사실은 순수한 형식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또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결코 '순수'하게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즉 언제나 기록자의 마음을 통과하면서 굴절되어 나타나는 것이다.-34쪽
역사가의 기능은 과거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자기를 과거로부터 해방시키는 것도 아니며, 다만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로서 과거를 정복하고 이해하는 것이다.-39쪽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45쪽
부르크하르트의 말을 빌리면 '역사는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 일들의 기록'이다.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볼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고, 현재는 과거에 비추어볼 때 비로소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의 사회를 이해시키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진시키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이중적 기능이다. -84쪽
역사란 과거의 여러 사건과 점차 나타나는 미래의 여러 목적간의 대화라고 불렀어야 옳을 것이다.-192쪽
토니 교수는 "역사란 '승리를 차지한 세력을 앞으로 내세우고, 패배한 세력을 뒤로 밀어냄으로써' 기존 질서에 '필연성이라는 외관'을 부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196쪽
과거와 미래 사이에 일관된 연관성을 가질 수 있을 때 역사는 비로소 의미와 객관성을 획득한다.-202쪽
역사는 인간이 시간의 흐름을 자연적 과정이라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거기에 인간이 의식적으로 관계되고, 또 인간이 의식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수한 사건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시작된다. 역사는 인간이 그 이성을 작용시켜서 환경을 이해하려 하고, 환경에 적응하려고 한 오랜 투쟁과정이다.-210쪽
과학이든, 역사든, 사회든, 인간 현상의 진보는 단순히 인간이 기존 제도의 단편적 개량에 그치지 않고, 이성의 이름으로 기존 제도에 대해서 근본적인 도전을 감행한다는 대담한 각오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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