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의 야회 미스터리 박스 3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범죄피해자 가족의 모임 회원이던 기시마 기쿠코와 메도리마 미나미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기시마 기쿠코는 두 손목이 잘렸고 메도리마 미나미는 머리가 뭉개친 채로 발견된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이에 경시청 강력반의 오코우치 형사를 비롯한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19년전 동급생을 죽이고 목을 교문 위에 올려놓는 엽기적인 살인을 한 후 출소하여 범죄피해자 
가족  

모임의 간사 역할을 했던 변호사 나카조 겐이치를 지목하지만 그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데...

 

네이버의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 카페에서 2008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된 이 책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2위였던 '인사이트밀'이나 3위였던 '도착의 론도'는 순위 발표 후 바로 읽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655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에 주눅이 들었는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역시 최고의 작품으로 선택될 만한 작품이었다.

 

시작부터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냥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닌 손목을 잘라가는 변태적인 살인마가 등장하자 경찰에는 비상이 걸린다.  

경찰은 일단 피해자의 신원 확인을 하는데 메도리마 미나미의 남편인 메도리마 와타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일단 경찰은 이 사건과 유사한 경력이 있는 나카조 겐이치를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그는 마치 예전의 끔찍했던 일은 전혀 없었던 일인양 태연하게 대처한다.  

이런 나카조의 태도를 보면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하고 잠시 의료소년원에 갔다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과도 남지 않고 오히려 범죄자의 정보를 철저히 보호해준다는 게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았다. 우리도 만 14세가 형사미성년자이고 소년법이 별도로 있어 보호처분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살인, 강도, 강간 같은 강력범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요즘처럼 점점 소년범의 강력범죄가 늘고 있는 추세에 맞지 않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요즘 소년범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인간들이 겨우 보호처분으로 개과천선해서  

갱생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싶다.  

재판을 받는 범죄자들을 많이 보지만 늘 드는 생각은  

과연 저들이 진심으로 자신의 범죄를 반성하고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인가이다.  

자신이 재판을 받는 상황이 아니었으면 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야말로 유리한 판결을 받고 순간적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입으로만 잘못했다, 반성한다고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서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나카조 겐이치의 조사가 난관이 부딪히자 오쿠우치를 비롯한 경찰들은 다시 사라진  

메도리마 와타루라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고 메도리마 와타루라 불렸던 남자는  

아내를 죽인 범인에게 복수를 다짐하는데...

 

전체적으로 이 책에서 사건을 끌어가는 축은 오쿠우치를 중심으로 한 경찰들과 
아내의 복수에 불타는  

스나이퍼, 그리고 끔찍한 범죄의 경력을 가진 나카조 겐이치와 그의 '투명한 친구'라 할 수 있다.

특히 경찰의 사건 조사 과정이나 내부의 알력, 비리 등 경찰의 적나라한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딸을 잃은 아픔을 가진 성실한 형사 오쿠우치를 비롯해서 그의 부하 경찰들과 보신주의의 고바 영감,

오쿠우치의 사촌 형이자 캐리어 경찰인 나카조노 등은 일본 경찰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찰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었다. 오쿠우치와 같이 다른 것들을 희생해 가며 자신의 일을 헌신적으로 하는  

경찰이 있는가 하면 야쿠자와 연결되어 비리를 저지르고 정치인들의 개 노릇을 하는 경찰들도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 본 소설 중에 가장 경찰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뒤로 가면서 인질극과 총격전, 추격전 등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조금 느슨해지면서 힘이 빠져버리는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쉬웠다.

어쨌든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작품이었다.

세상이 점점 험악해지면서 사이코패스와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소설 속 범인도 요즘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살인마였다.

그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지만 소설 속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범죄의 양상이 점점 흉악해지는 점은 분명 우려할 점이고 이에 대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엽기 살인사건을 소재로 소년법의 비현실성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경찰의 리얼한 모습을 보여준  

이 작품은 방대한 분량만큼 여러 인물들과 사건을 잘 엮으며 하드보일드 소설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게 해주었다. 2008년 최고의 일본 미스터리 소설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