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노스도머라는 작은 도시에서 도서관 사서를 하며 답답한 나날을 보내던 채리티 로열 앞에  

젊고 매력적인 건축기사 루니어스 하니가 나타난다.  

채리티는 루니어스에게 점점 빠져들지만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루니어스와 사랑의 밀고 당기기를 시작하는데...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이디스 워턴의 대표작이라 하는 이 작품은  

1900년대 초반의 여성의 사랑을 잘 그려내고 있다.

사실 그 당시엔 아직 여성이 오늘날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아무래도 사회적인 제약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채리티는 '산에서 데려 온 아이'였고 자신을 데려 온 로열 변호사와 함께 살고 있는데  

두 사람 사이는 서로 서먹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나타난 루니어스 하니는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님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채리티는 쉽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루니어스 하니도 채리티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 된다.  

우여곡절 끝에 루니어스 하니와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루니어스 하니는 결혼의 확답을 해주지 않는데...

 

채리티와 루니어스 하니, 그리고 로열 변호사의 엇갈린 사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각관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젊고 매력적인 남자와 나이는 많지만 믿음직한 남자 사이에서 여자는 당연히(?) 젊고 매력적인 남자를  

선택하지만 그는 그 여자로 만족하지 못해 결국 파경을 맞고 그녀의 상처를 나이 많은 남자가  

어루만져 준다는 로맨스의 거의 공식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이 펼쳐진다.

돋보이는 점은 채리티가 사랑이라는 환상에 눈이 멀기는 하지만  

절대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비록 루니어스 하니를 믿는 바람에 그에게 배신당하지만 그에게 매달린다거나  

삶을 포기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루니어스 하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면 좀 허세를 부리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나름 쿨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 준다.  

자신을 속인 남자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니 말이다.

암튼 결과적으로는 안정된 삶을 보장해주는 남자에게 돌아가게 되지만  

그 당시 여자치고는 상당히 자신의 주관을 가진 여자가 채리티라는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사랑에 눈을 뜬 채리티라는 여자가 겪는 사랑의 기쁨과 배신, 좌절,  

그리고 새로운 사랑의 발견을 잘 그려낸 이 작품은

한 여름날 시원한 소나기 같은 사랑이 역시 강렬하긴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옷을 적시는 가랑비 같은 사랑의 힘이 오히려 진실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사랑에는 역시 정답이 없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것은 쉽지 않음을 잘 보여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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