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복을 벗은 라오바이싱
서명수 지음 / 아르테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베이징 올림픽을 치뤄낸 중국은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초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부터 증폭되어

중국어를 비롯해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작년에 읽은 '이중텐, 중국인을 말하다'에서도 중국인의 기본적인 성향에 대해 잘 알 수 있었지만  

좀 추상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중국인이라는 집단이 아닌 개개의 중국인들의 삶이 어떤지는 솔직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이란 나라 전체가 엄청난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무려 13억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의 개개의 삶의 모습은 아직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은 저자가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중국인들과의 교제를 통해 느낀

중국인의 삶과 중국의 실제 모습을 잘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라오바이싱'은 공산당원, 군인이 아닌 일반 서민들을 일컫는 말인데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공산당 일당 독재가 행해지고,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가진 나라로 알고 있는 중국에 사는  

보통 사람들인 라오바이싱들은 예상 외로 정치, 경제적인 체제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가족들이 얼마나 잘 살 수 있느냐가 그들의 주된 관심사다.  

우리 같으면 어느 정도 경제성장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상태라면 벌써 민주화 운동이니 하면서  

정치문제가 부각되어 정부가 이런 국민들의 요구에 못 버티고 손을 들었겠지만  

중국 공산당은 천안문 사태를 일으키고도 끄덕 없이 잘 유지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인들은 정치니 민주화니 그런 것에는 무관심함을 알 수 있다.

삼륜차 아저씨 티엔 선생의 얘기를 통해선 중국에도 지역간, 계층간의 차별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후커우라는 제도가 있어서 농촌 사람들의 도시 이주를 엄격히 규제하여 수많은 농촌 사람들을
 

차별하고 있는데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농촌이 붕괴되고 농촌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현실에서 수많은 농촌 출신 사람들은 사회보장의 혜택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현대판 신분제도가 유지되는 것과 유사하다 할 수 있었다.  

우리로 말하자면 강남이나 분당 등 부자 동네에 서민이 진입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인데  

중국의 커다란 사회불안요인이라고 생각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디산저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산저는 제3자라는 뜻으로 불륜관계 있는 남자나  

여자를 뜻하는데 고위직 공무원이나 소위 능력 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  

디산저가 능력의 상징이 될 정도다. 우리나라도 불륜이 만연한 세상이 되었지만 사회주의 국가라  

별로 안 그럴 것 같은 중국에서 불륜이 대유행이란 것은 정말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것도 불륜에 대해 그리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오히려 당당하고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불륜의 천국이 바로 이웃 나라였던 것이다. ㅋ

 

중국을 한 때 지배했던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은 이제 중국인에게 잊혀진 사람과 시절이다.  

마오쩌둥은 오직 중국 화폐인 런민비에 그려진 인물이기에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즉 마오에 대한 사랑은 돈에 대한 사랑일 뿐이다.

중국도 우리와 같이 공무원들을 보고 '철밥통'이란 의미의 티에판이라 부르는 점이나  

대학 졸업생이 쏟아져 나와 이태백이 수두룩한 세상이어서 심지어 가정부로 취업하는 상황,  

대박을 통해 벼락부자인 폭발호가 되기를 소망하는 점은 우리와 거의 흡사하다 할 수 있었다.

중국 사람들의 허난 출신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은 우리가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가졌던 편견과  

유사해 중국 사회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의 서민이라 할 수 있는 라오바이싱들도 경제구조의 변화와 개혁개방에 따라 여러 계층으로  

분화되고 있다. 엄격한 통제사회에선 빈부격차나 생활수준의 차이가 없지만 사실상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되면서 라오바이싱간에도 격차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사회문제들로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에게 종교는 곧 돈이라 할 수 있었다.  

모든 가치의 척도가 돈과 가족들이 얼마나 잘 살 수 있느냐인 중국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면  

사회주의 국가라는 게 오히려 무색할 정도였다. 중국인들에게 이념이니 체제니 하는 것들은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아니란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흔히 일본을 '가깝지만 먼 나라'라고 부르곤 했는데 중국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우리와 다른 체제였고 오랫동안 교류를 안 한 나라였지만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친 나라였고 관계 정상화 이후 미국이나 일본 못지 않은 중요한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어떤 살고 있는지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대다수의 중국인이라 할 수 있는 라오바이싱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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