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식을 죽여야했던 도이자키 부부와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히토시의 진실을 추적해가던 시게코는  

히토시가 가입했던 푸른하늘 모임이라는 조직을 파고들어 점점 히토시가 보았던 진실에 다가간다.

그리고 드디어 아카네와 세이코의 아버지 도이자키 겐과 만나면서

그들이 아카네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낙원'은 도이자키 부부가 딸을 살해하고도 집에 파묻어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면서 자식을 죽일 수밖에 없는 끔찍한 현실을 말하고 있다.

그야말로 불량 소녀였던 아카네의 끝없는 비행은 도이자키 부부를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다.  

단순히 아카네와 부모 자식간의 인연을 끊어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자식의 잘못은 결국 잘못 키운 부모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카네와 그녀의 남친 시게는 전형적인 불량 청소년들로  

죄책감 같은 건 눈꼽 만큼도 없는 비정한 인물들이다.

이런 사이코패스 같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이 아직은 청소년이었기에 역시 근본적인 책임은 가정과 부모가 질 수밖에 없다.  

물론 부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진 가정의 역할을 믿는 동양의 정서상 부모가  

제대로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식 농사 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는 게 정말 맞는 말 같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자식이 부모 맘대로 되는 존재도 아니지만 예전처럼 부모의 권위가 통하는 세상도 아니기에  

이 책의 아카네나 시게처럼 아이가 삐뚤어지면 정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자식을 부모 스스로 죽일 수밖에 없었을까 하며  

다소나마 도이자키 부부의 심정이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 치를 떨게 만드는 존재는 시게다.

모방범의 피스처럼 그야말로 악마와 같은 존재인 시게의 악행으로부터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으려면 저런 악마를 세상에서 영원히 격리시키거나 아예 추방시키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저런 인간들이 계속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을 충격 속에 빠뜨린 강호순 같은 존재가 계속 등장한다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결코 낙원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는 다들 자기만의 낙원을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야 죽든 말든 자기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그런 생각이 이 세상을 낙원이 아닌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혼자만의 낙원이 아닌 모든 사람의 낙원이 이뤄질 날은 과연 올 수 있을런지...

 

모방범에 이은 미미 여사의 수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모방범의 스케일이나 치밀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도이자키 부부의 딸 살해사건과 히토시의 초능력의 비밀을 잘 엮어내면서  

여러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잘 그려냈다.  

그녀의 필력은 역시나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히토시를 떠나 보낸 도시코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그나마 끔찍했던 사건들이 잘 마무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모방범의 범인은 9년이 지나도 형이 확정 안 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우리 같으면 구속기간의 제한이 있어서도 벌써 재판이 끝났어야 하는데  

저런 악마같은 인간을 아직도 처단하지 못하고 있다니 정말 답답할 뿐이다.  

수많은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범인이 빨리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끔찍한 범죄로부터 세상을 조금이나마 낙원으로 만들기 위한 작은 노력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