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 I Just Didn't Do I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면접을 보러 지하철에 탔던 가네코는 치한으로 몰려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자신의 아니라고 아무리 부인해도 점점 자신에 불리하게 진행된다.  

그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가네코는 과연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죄 없는 한 사람을 처벌하지 말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영화는  

멀쩡한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치한이 되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유죄율 99.9%라는 현실은 헌법상의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바꿔놓고 말았다.

영화 속에서 가네코가 치한으로 지목당하는 순간부터 그를 당연히 유죄로 간주하는 사람들 뿐이다.  

아무리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경찰, 검찰은 빨리 자백하고 끝내라고 종용하기만 할 뿐 그의 주장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없다.  

그나마 운이 좋아서 적극적으로 변호를 맡겠다는 변호사를 구하지만  

높은 현실의 장벽을 뚫기는 어렵다.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판사마저 그가 주장하는 바와  

유리한 정황 들은 무시하고 그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만다. 

 

이 영화를 보면 정말 억울한 선의의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데 실수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실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기엔 충분하다는 게 문제다.  

억울한 옥살이는 물론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그런 멍에를 평생 안고 살아야한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그런 취급을 받는다면 얼마나 속이 터지고 분하겠는가...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온 말처럼 열 명의 범인을 놓아주는 한이 있어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되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이 형사사법의 대원칙이다. 

하지만 엄청난 사건 수에 시달리는 경찰, 검찰, 법원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나가기가 정말 힘겹다.  

대부분 기계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기 급급한 게 현실이다.  

그런 여건을 개선하지 않는 다음에는 아무리 떠들어봐야 변화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사건에서도 충분히 무죄판결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미 유죄 심증이 있던 판사의 심증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에 유죄판결을 받은 신 뿐만 아니라 자신도 자신이 무죄라는 사실을 안다는  

가네코의 독백이 아직도 뇌리에 남는다.  

나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할 건데 꼭 손은 내 가슴쪽으로 밀착시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에 하나 가네코와 같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억울한 누명을 쓴 가네코라는 인물이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만든 형사사법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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