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공원에서 만난 청각장애자 교코에게 반한 다큐멘터리 제작가 슌페이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오히려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던 슌페이는 점점 교코와의 소통의 불편함을 느끼면서  

교코를 대하는 태도가 무심해지기 시작하는데...

 

'악인'을 통해 처음 만났던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인 이 작품은

소리가 부재한 상태에서의 사랑이 가능한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전작인 '악인'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했다면 이번에는 슌페이와 교코의 사랑을 통해  

소통의 부재가 사랑에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교코의 청각장애가 사랑에 별 장애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교코의 장애로 인해 슌페이는 흔히 하게 되는 말 실수를 줄일 수 있어  

관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부질 없는 일을 안 하게 되었다.

사실 사람간의 관계에서 별 생각 없이 한 말 때문에 상처 주고 상처 받는 경우가 정말 흔하다.  

특히 연인끼리는 늘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이 문제가 되어 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보면 슌페이는 최소한 한 번 이상은 걸러진 상태의 의사표현을 하게 되어  

교코에게 상처주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점점 슌페이는 교코의 침묵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교코와 여행가기로 약속했지만 중요한 다큐멘터리 촬영이 잡히자  

여행을 취소하고 파키스탄으로 날아간다.  

슌페이는 교코가 당연히 이해해 줄거라 생각했는지 교코에게 그다지 양해도 구하지 않는다.

슌페이는 남자들이 늘 하는 잘못인 일을 우선시하는 했을 뿐만 아니라

교코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핑계로 교코에게 제대로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소리없이 늘 곁에 있어 줄 거라 생각했던 교코가 아무런 얘기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슌페이는 그녀의 부재에도 별 생각없이 있다가 그녀가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응답조차 하지 않자

그제서야 그녀를 찾아나서게 된다. 소통의 곤란을 핑계로 교코에게 점점 무심해졌던 슌페이는  

그녀의 부재를 통해서야 그녀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늘 잃고 나서야 그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바로 인간의 어리석음이 아닐까 싶다.

 

인간관계에서 소통의 문제만큼 중요한 문제도 없을 것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인데 말이나 소리로 소통할 수 없는 관계라면  

이를 보충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도 잘 표현되었지만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감싸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이 바로 사랑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 슌페이는 교코와의 소통의 곤란에 길들여지면서  

아예 소통조차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잘못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관계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고 친해지면 서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태도가 관계를 망치는 치명적인 잘못임을 이 책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요즘 사람들은 각기 자기 말은 엄청 하려고 하면서도 남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말이 그야말로 소음처럼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다.  

한편으론 소통의 수단은 엄청 많아졌지만 제대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경우는 드물다.  

소통의 수단의 풍요 속에 진정한 소통은 빈곤한 게 요즘 사람들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간관계에 있어 소통의 소중함을 잘 일깨워 준 책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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