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 두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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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지 못하는 사랑으로 절망하여 자살하는 베르테르의 얘기를 담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고전이겠지만 원작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로 베르테르가 자살까지 할 정도로 사랑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는데 우연히 이번에 새롭게 번역되어 나온 책을 읽게 되었다.

 

일단 전반부는 베르테르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고,  

후반부는 그가 자살하게 되는 마지막 순간을 친구가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지만 자신의 연애 얘기를 편지로 얘기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그것도 이미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한다는 얘기를 할 정도면  

베르테르와 빌헬름은 정말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편지 형식이어서 마치 얘기를 들려주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베르테르가 자신만의 소중한 감정의 비밀을 몰래 고백하는 걸 들어주는 그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중간중간에 소설 속 장면을 그린 그림들이 곁들어져 있어서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고 

책의 뒷 부분에 작품해설까지 실려 있어서 새로 번역한 작품다운 면모를 갖추었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로테에게 첫눈에 반해 버린 베르테르.

로테를 사랑하게 되면서 세상이 온통 아름답게 보이고 행복했던 베르테르지만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돌아오면서 그의 사랑은 고통과 절망으로 바뀌게 된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베르테르.  

로테를 잊기 위해 멀리 떠나보기도 하지만 로테를 향한 그의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자신을 버리는 것 뿐인데...

 

베르테르가 처음 로테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행복에 겨워 하는 모습은 역시 사랑에 빠진 사람의 전형적인 증상이라 할 수 있었다.  

마치 온 세상을 모두 가진 듯한 그런 충만한 기분.  

괜스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기분이 편지에서 잘 묻어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로테는 결코 베르테르가 가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로테도 베르테르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그녀는 약혼자인 알베르트와 결혼하고  

그와의 결혼생활에도 만족한다.

그러면서도 베르테르와의 관계를 확실하게 단절시키지 않고 계속 그에게 사랑의 빌미를 제공한다.  

베르테르도 그쯤에서 그녀와의 관계를 흔히 말하는 친구사이로만 만족했으면 좋았겠지만  

베르테르는 결코 거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의 감정은 적당한 타협이 불가능한 그야말로 순수한 사랑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고통스러운 상황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그에겐 자신을 버리는 것이 전부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의 경험담에서 나온 소설이다.

샤를로테를 사랑했지만 실연을 당해야 했던 괴테는  

그 당시 권총으로 자살했던 예루살렘이라는 청년의 얘기를 듣고 자신의 얘기를 결합해

다른 사람의 여자를 사랑하는 한 젊은이의 마음을 정말 실감나게 그려냈다.  

이 소설이 발표되고 나서 실제 자살자들이 증가했다고 하고,

심지어 '베르테르 효과'라는 용어까지 생길 정도였으니 이 소설의 파장이 상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한 젊은이의 자살 얘기는 신화적인 사랑 얘기가 되고 말았다.

요즘같이 일회용(?) 사랑이 넘쳐나는 세상에 멸종 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같은 순애보라 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롯데'라는 기업의 이름이 이 소설에서 베르테르가 연모하는 로테에서 연유되었다는  

점이다. 롯데의 회장이 이 책을 정말 감명 깊게 읽었나보다. ㅋ

 

고전 문학작품은 대개 대강의 스토리는 알고 있지만 제대로 원작을 읽어보는 경우는 드물다.  

너무 잘 알려져서 신선함이랄까, 새로운 이야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원작을 읽어보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엔 베르테르의 자살이 별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읽고 나선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결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자신을 버리는 선택을 해야만 했던 베르테르의 절박했던 마음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공감하게 된 점이 바로 고전 문학작품을 직접 읽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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