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파워 - 나와 세상을 구하는 경제학의 힘
마크 스쿠젠 지음, 안진환 옮김, 김인철 / 크레듀(credu)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해 사람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경제가 된 지 오래다.  

특히 지긋지긋한 정쟁으로 인해 정치가 뇌사상태인 한국에선 경제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제2의 IMF라고 할 정도로 극심한 경제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해법도 제시하는 사람의 세계관에 따라 너무 다른 내용을 보여줘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맞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경제 해법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인 방법과

이에 격렬히 반대하는 세력의 방법론은 심지어 선악의 문제처럼 다루어지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경제학자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그들의 업적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선지 경제학자들을 필요로 하는 곳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2006년 노벨경제학상이 아닌 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의 사례는  

경제학자들의 역량이 어떤 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가난을 소액대출 은행 설립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점은 분명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학이 단순히 그들 고유의 영역에서만 활용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범죄, 교통체증, 환경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경제학이 유용하게 사용되는 게 현실이다.  

법경제학적 측면에선 사형제도가 범죄를 줄이는 데 효용이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자주 대두되는데  

이 책에선 분명 사형제도가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효과가 없다는 통계와 주장도 많아서 뭐가 맞는 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그동안 대부분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만 보다가 어느 정도 예방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니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교통체증 문제에 관해선 우리도 도입하고 있는 혼잡통행료가,

환경오염과 관련해선 오염 물질 배출권 등 경제 논리가 나름의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얼마 전에 읽은 '미래를 말하다'의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에  

대한 비판이다. 

'미래를 말하다'에서 폴 크루그먼은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전 국민이 가입하는 의료보험제도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는 경제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의료보험이 필요 없는 부자들에게도 보험 혜택이 돌아가고 책무성의 부재로 인해  

불필요한 진료 내지 과잉진료가 행해져서 의료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건강저축계좌(HSA) 제도의 도입을 주장한다.

홀푸드 마켓의 예를 들면 근로자들은 자동적으로 이 계좌에 등록이 되고,  

회사가 보험료를 전부 지불하지만 3,500달러의 공제금이 존재하고  

근로자들은 카드를 통해 이 금액을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하지 않고 남은 금액은 비과세로 저축된다.  

이렇게 저축된 돈은 최소 금액을 유지하는 선에서 인출도 가능하다.  

폴 크루그먼의 책을 읽을 때는 무조건 전국민을 의료보험에 의무적으로 강제시키는 게 옳다고

생각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사실 병원에 가는 일이 거의 없음에도 보험료는 계속 상당 금액 납부하고 있고,  

매년 보험료는 인상되니 마치 소득세를 납부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물론 보험이란 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납부하는 거지만 지금처럼 전혀 선택의 여지도 없이  

강제로 월급에서 떼어가는 형식보다는 건강저축계좌와 같이 가입은 강제하되

일정 금액을 넘는 금액에 대해선 의료비로 사용하지 않으면 인출할 수 있다든지 해야  

건강보험이 남용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보험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하면 보험재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최소 유지금액을 적절히 통제하고, 적립금액에 대해 비과세로 이자가 붙는 다면  

굳이 돈이 필요하지 않으면 인출할 필요성도 못 느낄 것이다.  

지금과 같이 모든 걸 국가가 강제로 돈을 거둬서 해주는 방식은 아무래도 비효율적이고,  

의료서비스 시장의 경직성을 초래하여, 저렴하면서도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

연금제도도 지금처럼 국가가 강제로 가입시키면서 방만한 운영을 해서는  

늘 만성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비효율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노령화사회가 될수록 연금제도를 지금처럼 운영하면  

연금 때문에 국가가 파탄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

결국 연금제도도 어느 정도 개인들에게 자율과 선택의 기회를 보장하면서  

최저보장만 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마크 스쿠젠의 주장은 한 마디로 경제법칙에 맞게 세상의 모든 제도를 운영하자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경제관이다. 이에 대해서는 반대 하는 의견도 많고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이 문제로 맨날 서로 자기가 옳다고 싸운다고 정신이 없다.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민영화, 감세 문제 등 이 문제는 결국 세계관의 차이고,  

우선 순위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틀린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고 뭘 더 중시해야 하느냐하는 가치 선택의 문제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엔 신자유주의가 강자의 논리에 치우치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모든 걸 경제논리로 해결하려면 약자의 보호나 경제논리로 접근해선 안 되는 문제들에 대해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경제논리만 강조하여 동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그가 서문에서 주장한 책무성과 사용자 지불의 원칙, 절약과 비용편익 분석의 원칙, 저축과 투자의 원칙,  

인센티브 유인의 원칙, 경쟁과 선택의 원칙,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원칙, 효율적 복지의 원칙까지  

경제학의 7가지 핵심 원칙은 개인이나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도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세상이 온통 경제 문제가 최우선이어서 좀 삭막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경제학적인 접근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며  

많은 경제학자들이 그들의 업적을 통해 이를 증명했음을 잘 알 수 있게 설명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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