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의 고백 - 법의학자가 들려주는 살인 조서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송소민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연쇄 살인범의 고백'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이 책은 법의학자인 저자가 직접적으로 참여했거나  

간접적으로 알게 된 충격적인 범죄의 현장과 범인의 면모를 흥미있게 분석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다루는 범죄들에 대해 관심도 있고

유사 업종(?)에 종사한 경험도 있어서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7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제 발생했던 사건들이라  

더욱 사실적이면서 실감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먼저 1부 뱀파이어, 식인종, 강간 사건에선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뱀파이어, 식인종 사건들의 사례를 잘 정리하고 있다.

사실 뱀파이어 사건들은 흔히 영화 속에서 익숙해진 뱀파이어들이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사건이   

아니라 시체의 사후경직 현상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사체 손괴 내지 오욕 수준의 범죄가 대부분이다.

역시 충격적인 것은 식인종 사건들이다. 태연하게 사람을 죽이고

사체에서 살을 떼어내 요리하는 엽기적인 사건들이 세계 각처에서 종종 발생했다.  

식인 습성이 한니발 렉터의 전유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나마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추락한 비행기의 조난자들이 시체를 먹은 것은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점에서 이해가 가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식인종들은 그야말로 엽기 그 자체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식인종들이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  

그나마 한국에 식인종이 없다는 게 다행이다.

 

2부에선 29년만에 아내를 살인한 남편의 유죄를 증명한 사건이 소개된다.  

호수에 버렸던 아내의 시체가 발견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던 그는  

범죄수사학의 발달로 인해 결국은 꼬리를 잡히게 된다.

시체와 함께 발견된 돌이 그의 집 벽에있는 돌과 동일했고, 아내를 살해한 도구인 망치의 종류와 상태,  

그리고 시체 꾸러미를 묶은 매듭까지 남편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는  

범죄수사학의 위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4부에 등장하는 잉카 오솔길에서 아내를 살해한 범인도 살인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보는 등  

각종 정황증거를 수집하여 범인의 알리바이를 무너뜨리고 파렴치한 범행을 밝혀 낸다. 

완전범죄로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을 뻔한 범죄자들에게 죄의 대가를 치루게 하는 것만큼  

통쾌한 일도 없을 것이다. 

 

제목이 '연쇄살인범의 고백'이라서 사실 희대의 살인마의 범행과 그 수법을 보여줄 거라 기대를 했었다.  

그나마 유사한 부분이 3부에 등장하는 위르겐 바르취와 루이스 알프레도 가라비토다.

어린 아이들을 유괴해 살해한 악랄한 이들은 유아 성도착 사디스트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전무한 인간들이라서  

자신이 하는 행동에 다른 사람이 어떤 고통을 당하든 관심이 없다.  

그래서 그렇게 끔찍한 행동도 서슴치 않고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연쇄살인범들의 공통된 성격장애가 아닐까 싶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 밝힌 것처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미드 CSI 때문에  

법의학과 과학수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물론 드라마라서 현실과는 다른 점이 많이 있다.

법의학자와 수사관은 분명 별개인데도 두 역할을 모두 한다든지,

모든 조사나 행동이 너무 멋지게 과장된 점이 있지만  

어떤 범죄도 결국에는 밝혀진다는 우리가 믿고 싶은 진리를 보여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지 않나 싶다.  

이 책도 끔찍한 범죄와 그 수사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내면서 첨단 과학수사 앞에선  

누구도 범죄를 저지르고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  

첨단 과학수사를 통해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잡힌다는 그런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준다면

그나마 범죄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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