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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ㅣ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센다이를 방문하던 가네다 총리가 무선조정 헬리콥터에 실린 폭탄에 암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용의자로 2년 전 치한에게서 인기스타를 구해준 택배원 아오야기를 지목한다.
난데 없이 총리 암살범이 되어 버린 아오야기. 온 세상에 범인으로 낙인 찍힌 아오야기의
처절한 도주극이 시작되는데...
일본서점대상이란 화려한 타이틀을 지닌 이 책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이사카 고타로의 책은 '사신 치바'밖에 읽지 않았지만 누명을 쓰고 도망가는 남자의 얘기에다
평이 좋아서 리스트에 올려 놓았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기본 설정은 작가가 밝히는 것처럼 케네디 암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다.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케네디 암살은 암살범인 오스왈드 마저 암살되어
사건의 실체가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각종 음모설들이 판을 치며 소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책에서도 가네다 총리를 암살한 일당의 정체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암살세력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집단이라는 것만 추측할 수 있는데
마치 인기 미드인 '프리즌 브레이크'의 '컴퍼니' 같은 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막강한 집단은 총리 암살의 누명을 순진한(?) 택배원인 아오야기에게 뒤집어 씌운다.
그것도 아오야기와 거의 똑같이 성형수술한 가짜 아오야기를 내세워서
모든 증거를 조작하니 진짜 아오야기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
마냥 도망치는 수밖에...하지만 아오야기에게도 우군이 있었다.
옛 애인인 히구치를 비롯해 연쇄 살인범 미우라까지 뜻하지 않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 덕분에 간신히 도주극을 이어가는데...
역시 일본 서점대상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속도감 있는
추격전을 잘 그려낸다.
아오야기와 히구치의 시선을 번갈아 가면서 사건을 전개해 가는데 마치 내가 아오야기가 된 것처럼
숨 막히는 도망자의 느낌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예전에 읽은 다카노 가즈아키의 '그레이브 디거'와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사실은 모든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세상이라는 점이다.
연쇄살인 사건 범인의 검거를 목적으로 시큐리티 포드라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말이나 통화도 모두 도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도 각 지자체마다 범죄예방을 이유로 CCTV 설치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데
실제로 범죄예방의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누군가가 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일이다.
이 문제에 관해선 영화에서 특히 많이 소재로 등장하곤 했는데
문명의 발달로 점점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하고 권력의 통제를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을까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그 결과 이 소설 속 아오야기처럼 음모의 희생자가 되어 도망다니거나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신(?)해야 될 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제목인 '골든 슬럼버'가 비틀즈의 노래에서 따왔다는 사실이다.
왠만한 비틀즈의 히트곡은 다 아는데 이 노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애비 로드' 앨범에 실린 이 노래는 사실상 해체 상태에 있던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예전의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책에서 아오야기가 도망자신세가 되기 전 평화로웠던 순간을 회상하며 흥얼거린다.
아오야기의 심정을 대변하는 절묘한 선곡이 아닐 수 없었다.
이사카 고타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해피엔딩의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씁쓸한 체념을 하게 만드는 이 책의 결말은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세상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모든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감시받으며 음모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들에 두 눈을 부릅 뜨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