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나름 일본 소설이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일본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사랑의 모습을 보면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같은 동양 문화권이면서도 묘한 이질감을 가진 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현대소설 10권을 통해 일본인들의 사랑 방식을 잘 정리하고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세 편이나 등장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상실의 시대'를 비롯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까지  

하루키의 소설 속 사랑은 다른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하루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의 표현들이 돋보인다. '상실의 시대'에서 자신을 얼마만큼  

좋아하냐는 미도리의 질문에 와타나베는 '봄날의 곰만큼 좋아'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헤어스타일이 괜찮냐는 질문에는 '온 세상 숲에 있는 나무가 전부 쓰러질 만큼 멋져'라고  

대답하는데 이런 그만의 표현방식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이런 표현을 실제로 구사한다면 맘이 움직이지 않을 여자가 없을 것 같다. ㅋ

이 책에 소개된 하루키의 작품 중엔 '상실의 시대'밖에 읽어 보지 못했는데  

다른 책들도 꼭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하루키의 소설 속 인물들의 사랑이 쿨한 사랑이라면 다음으로 소개된

'금각사', '산시로', '겐지 이야기'의 나오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나쁜 남자들이다.  

'금각사'에는 안짱다리라는 장애를 이용해 여자들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가시와기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산시로'에는 극단적으로 위축되어 여자 맘을 제대로 모르는 둔한 남자 산시로가 등장한다.  

'겐지 이야기'의 주인공 겐지는 애정결핍증에 걸려 수많은 여자들을 사랑을 한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이런 나쁜 남자들을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상처주는 행동과 말을 일삼고 다른 여자에게 한 눈을 파는 이런 남자에게  

여자들은 오히려 매력을 느낀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그다지 납득이 가지는 않지만  

그래서 사람의 맘은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하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보통 사랑'의 카테고리에 있는 소설들은 내가 영화로도 재밌게 본 소설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전차남', 그리고 '선생님이 가방'이 실려

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여러 가지 장애가 있는 다쿠미와 그런 다쿠미를 사랑으로 감싸주는 미오의  

사랑이 너무 예쁘게 그려진다. 전형적인 최루성 멜로인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진부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있었다.

앞의 두 소설과 마찬가지로 좀 부족한 남자인 전차남이 인터넷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전차남'과 60대 스승과 30대 여제자가 엄청난 나이차를 극복하고 조금씩

다가서는 과정을 그린 '선생님의 가방'까지 보통 사랑이라기보단 특별한 사랑이란 이름이  

어울릴 만한 소설들이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 10권 속에서 발견한 사랑의 언어와 이미지는  

현실 속의 무미건조한(?) 사랑의 감정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만 했다.

나같이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들에겐 소설 속 사랑의 표현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재밌게 읽었거나, 영화로 본 소설들을 맛깔스런 해설을 곁들어 보는 재미가  

솔솔했던 책이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일본의 모든 소설을 다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좀 과장이라  

하겠지만 그만큼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들이 표현한 사랑의 정수만을 모아놓아  

일당십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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