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2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
빈센트 반 고흐 지음, 박은영 옮김 / 예담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 생전에 그림을 단 한 점 밖에 팔지 못했지만  

사후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솔직히 그의 그림도 유명한 작품 몇 개만 알고 있고 그가 생전에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권총으로  

자살할 정도의 광기에 휩싸여 살았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은 어찌보면 불우한 삶을 살았지만 나름대로 예술의 열정으로 자신을 불사른  

고흐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고흐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나눴던 화가 라파르트에게 보낸  

1881년부터 1885년까지 5년간 편지를 정리하고 있는데 편지 속에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신념이 확실히 자리잡고 있음이 잘 드러났다.

 

그리고 그 시절에 고흐가 그렸던 그림들이 함께 실려 있는데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명작은 없었지만  

그 당시 그의 그림에 대한 철학이 그대로 잘 담겨 있었다.  

주로 자연과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그의 그림들을 보면  

그의 작품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라파르트와의 편지의 내용은 대부분 그림과 예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었다.  

고흐는 자기만의 예술관이 확고해서 종종 라파르트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라파르트가 귀족 출신으로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배운 전통적인 스타일의 화가라면  

고흐는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과 사람을 자신이 느끼는 대로 생생하게 그려내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종종 고흐는 라파르트가 속한 아카데미의 현학적인 스타일을 비판하는 편지를 쓰곤 했고  

아마도 이런 편지에 라파르트도 종종 냉담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서로의 그림에 대한 비판은 결코 비난이 아닌  

상대의 발전을 위한 충고로서의 성격이 짙어서 보기에 나쁘진 않았다.

물론 고흐의 편지를 보면 정말 아슬아슬할 정도로 수위가 높은 비판을 하곤 해서  

저런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어떻게 친분관계를 계속 유지할까 싶기도 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계속 이어졌던 두 사람의 우정의 편지는  

결국 고흐의 일방적인 절교선언으로 끝을 맺는다.  

사실 제3자가 보기엔 5년이나 지속된 것도 정말 장하다 할 정도로  

그들은 편지를 통해 자주 티격태격한 것 같다.  

물론 서로에 대해 나쁜 감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림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보니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이 서로 충돌해서 빚어진 일들이 아닌가 싶다.

 

요즘과 같이 각종 통신수단이 발달한 세상에서  

이제 편지로 서로 생각을 주고 받고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통신수단은 많아졌지만 그것을 통해 맘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고흐와 라파르트가 주고받는 편지(물론 이 책엔 고흐가 보낸 편지만 실려있다.)를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그렇게 생각을 주고 받으면서 비판도 하고 공감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잘 알 수 있었다.

인터넷을 통한 카페 등의 통로도 활성화되어 있지만 편지가 주는  

그 정감이랄까 그런 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편지를 보내놓고 답장을 기다리는 그 설레임을 잃어버린 게 너무 아쉬울 뿐이다.

 

고흐의 편지를 통해 그가 미치광이가 아닌 정말 예술을 사랑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예술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상대를 원했음을 알 수 있었다.

라파르트라는 좋은 벗을 잃은 후 그의 곁엔 그를 항상 지켜 준 동생 테오 밖에 남지 않았을 것 같다.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오로지 그림만을 생각하며 살았기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명작들이 탄생했음을 생각하면  

그가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살았던 것이 우리에겐 오히려 다행(?)이었던 것 같아 좀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고흐가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는 대부분 '상상의 악수를 청하며'라는 구절로 끝을 맺는다.  

편지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맘을 나누며 상상의 악수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가졌던 고흐는  

그래도 행복했던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그의 편지들을 훔쳐보며(?) 그가 보다 친근한 사람처럼 느껴진 건 나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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