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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타워
구로키 히토미 외, 미나코토 타카시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냉정과 열정사이'의 에쿠니 가오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토오루(오카다 준이치)와 시후미(구로키 히토미), 코지(마츠모토 준)와 키미코(테라지마 시노부)
이렇게 두 커플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사랑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이 두 커플의 공통점은 20대 초반의 남자와 그보다 훨씬(?) 나이든 유부녀와의 사랑이라는 점.
불륜이라는 지극히 통속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시적인 대사들과 아름다운 영상미가 이를 희석시키고 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묘한 분위기에 끌려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
사랑은 하는게 아니라 빠지는거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연상의 유부녀와의 사랑은 해서는 안 될 불장난(?)이겠지만
사랑은 뻔히 결과가 보여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늪과 같은 것이기에, 그리고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려
할수록 더 빠지는 것이기에 사랑은 하는게 아니라 빠지는 것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언젠가는 헤어지는게 정해져 있지만 그것은 오늘이 아니라는 대사가 이를 잘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이 영화의 두 커플은 묘한 대조를 보여 준다. 토오루와 시후미 커플이 지극히 이상적인(?) 커플이라면
코지와 키미코 커플은 지극히 현실적인 커플이다.
시후미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소설을 읽으며 시후미의 전화를 기다리는 토오루의 모습이나
'조금 더 일찍 태어나 시후미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시후미의 젊은 시절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토오루의 대사 등이 어느 영화 못지 않은 로맨틱한 커플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늘 티격태격하면서 가정과 코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키미코의 모습은
오히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검은 물 밑에서' 에 나온 구로키 히토미의 성숙미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오카다 준이치의 우수에 찬 눈빛이 매력적이었다.
남자가 봐도 그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분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들으면 금방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눈물을 흘리는
이 가녀린 감성의 소유자를 사랑하고 싶지 않은 여자가 있을런지...
계절의 변화에도 늘 한결같이 서 있는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피렌체 두우모를 배경으로 한 냉정과 열정사이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았다.
마지막에 도쿄 타워의 원조인 에펠탑이 있는 파리에서의 토오루와 시후미의 재회는
아오이와 쥰세이의 재회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원작자가 같아서인듯. 에쿠니 가오리의 섬세한 감정이 물씬 스며든 대사들이 돋보인 영화.
시후미 : '어렸을 적 친구에게서 빌린 재밌는 책에 빠져 다음 역에 내렸는데 낯선 풍경에 당황해서
다시는 역을 지나치지 않도록 살아 왔지만 토오루와 함께라면 가 보고 싶어.'
재회의 순간
토오루 : '다음 역까지 왔군요.'
시후미 : '이제 달리 내릴 역이 없으니까'
'내일 네 맘이 멀어진대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