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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
김우열 지음 / 잉크(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부러워하는 직업 중에 하나가 바로 번역가다.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 등을 가장 먼저 접하면서 그것을 읽고 단지(?)
한국말로 바꿔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직장에 매여있지도 않고
자유로운 자기 생활을 할 수 있는 번역가라는 직업은 밖에서 보기엔 마냥 매력적인 직업이다.
'나도 어학실력만 되면 한 번 해보는건데'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거라 생각이 드는데
막상 번역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 그지없다.
무슨 번역가라는 자격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번역학과과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번역가가 될 수 있는지 몰라서라도 번역가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시크릿'의 번역가이자 번역단체를 운영 중인 김우열씨가
과연 번역가는 어떻게 되며, 그들의 삶은 어떤지 등 번역가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잘 정리해 놓은 책이다.
그야말로 번역가에 대한 Q&A 모음집이자 번역가 입문을 위한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었다.
번역가도 다른 전문직종과 마찬가지로 자기 능력에 따라 확연히 다른 삶을 산다.
소위 잘 나가는 번역가는 일도 꾸준히 들어오고 돈과 명예를 모두 거머쥘 수 있는 반면
번역 능력이 떨어지거나 무명인 번역가들은 일도 별로 없고 한 번 잘못 하면 영원히 매장될 수도 있다.
번역가는 다른 직업처럼 공식적인 등용문이 있다기보다는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데뷔(?)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번역 학원, 대학원, 출판 에이전시, 번역 아카데미 등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스스로 발로 뛰어서 일을 따내야 한다.
번역가에 간신히 입문한 이후에도 계약을 할 때 매절이나 인세 중 어느 게 나은지,
계약서 작성 및 번역료 지급시기, 편집자와의 관계 등
실제 번역가 생활에 있어서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내가 주로 읽는 책들도 대부분 외국 책들을 번역해 놓은 것이라
번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번역가가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원작의 품격이 달라진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번역가의 임무는 막중하다.
가끔 책을 읽다가 어색한 표현이나 문장, 이해하기 어려운 글들을 만나면
도대체 내가 이해를 못하는 건지, 아님 번역가가 제대로 번역을 못한 것인지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 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번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 전달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과연 번역이 원작에 충실할 것인지 아님 번역을 또 하나의 창작으로 봐야 하는지 문제가 발생한다.
분명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서 번역 과정에서 번역가 나름의 해석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고
이런 점에서 보면 원작과는 별개의 창작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한 원작에 충실해야 하는 게 번역물의 태생적인 운명이 아닐 수 없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해석의 여지를 우리 것으로 완전히 새롭게 흡수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원작자와 원작의 의도와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는 왜곡된 번역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 두 가지 갈림길에서 적절한 말과 문장을 만들어내어 훌륭한 저서를 한국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의 번역가들에게 맡겨진 중대한 소임이 아닐까 싶다. 그런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며
우리에게 좋은 책들을 만나게 해주는 번역가들에게 감사의 맘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