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가끔씩 뉴스에서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를 보곤한다.

늘 우리나라는 중하위권에 머무는데 비해 우리가 흔히 못사는 나라, 후진국으로 분류하는 나라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곤 한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있었듯이,

행복은 나라의 경제력이나 국력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나라 국민성이나 문화적인 토양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NPR 해외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에릭 와이너가 행복한 나라를 찾아다니는 과정을

유쾌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네덜란드로 시작해서 스위스, 부탄, 카타르, 아이슬란드, 몰도바, 태국, 영국, 인도, 미국까지

10개국에서 그 나라 국민들의 행복의 이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먼저 마약, 성매매, 자전거 타기가 자유로운 네덜란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그곳은

그만큼 욕구불만(?)인 사람들이 적기에 행복한 나라인 것 같다.

늘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스위스 사람들은 한편으론 매우 소심한 모습을 보여준다.

밤 10시 이후엔 변기 물 내리는 것도 삼가는 그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다른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고 할 수도 있지만 너무 숨 막힐 정도로 규칙을 중시하고 질서를 지키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좀 인간미가 부족하다고나 할까...

 

히말라야의 왕국 부탄에선 국왕이 직접 '국민행복지수'를 챙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늘 입으론 국민의 행복을 노래하지만

진정 그들이 국민들의 행복을 걱정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탄은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못해도 정신적인 여유와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나라였다.

중동의 카타르는 솔직히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다. 중동에 있으니 산유국이겠거니 했지만

세금도 없는데다가 나라에서 용돈(?)까지 주니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복권 당첨된 사람의 행복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처럼

너무 돈이 많아 주체하지 못하는 것도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실패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슬란드인들은 매력적이었다.

주말마다 술독에 빠져서 살지만 불행 속에 술독에 빠져 있는 러시아 사람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그들의 삶의 자세가 좋게 보였다.

저자가 최악의 나라로 꼽은 몰도바는 구 소련에서 독립한 우리에게도 낯선 나라다.

이 나라의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시기심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너무나 잘 들어맞는 국민이 바로 몰도바 사람들로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꼴은 절대 못본다. 그런 국민성이 나라 전체를 뒤덮고 있어 불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절대 발전이니 성공이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나라가 되고 말았다.

 

너무나 태평한 성격의 태국 사람들은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쿠데타가 일어나도 다들 무신경한데 그런 자세가 그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주지 않았나 싶다.

행복해지는 실험 중인 영국이나 진리와 사기가 공존하는 모순의 나라 인도,

그리고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라지만 늘 행복을 찾아 이사다니는 미국까지

각국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었다.

 

행복이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다.

똑같은 조건의 사람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나라, 어떤 사람들이 행복하냐는 것은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없다.

이 책에 소개된 나라와 국민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행복과 불행을 모두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생활이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공통되겠지만

그 이상의 것들은 모두 행복의 절대적인 필요조건은 아닌 것이다.

그나마 행복의 조건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가족, 친구, 이웃들과 잘 지내는 사람치고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행복은 명사도, 동사도 아닌 접속사라는 저자의 표현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그곳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