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우리가 길을 잃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그러한 시도 자체가 무모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우리가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일이다.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부단한 의지의 실현이다.-31쪽
모퉁이를 좋아한다.마음에 드는 모퉁이를 만나면 괜히 어슬렁거린다.모퉁이를 돌면내가 간절히 사랑했던, 잊고 있었던, 찾고 싶었던, 만지고 싶었던 당신과 부딪힐 것 같다. 모퉁이. 당신과 나의 삶이 기적처럼 겹치는 곳-54쪽
이별을 견디는 것겨울나무 아래에서산다는 것은 이별을 견디는 것이다. 마침내 시간이 흘러 꽃들은 향기와 이별하고새들은 아름다운 목소리와 이별한다.숲은 싱그러움과 이별하고밤하늘의 별들은 빛과 이별해 어둠 속에 묻힌다.어느 겨울나무 아래에서나는 한 사람의 일생을 본다.모든 것과 이별하고 마침내 자유로워진 한 사람.바람과 안개로 이루어진 그의 마지막 포즈.지금 그는 이별을 견디고 있다.-1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