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최갑수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7월
구판절판


일상에서 우리가 길을 잃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그러한 시도 자체가 무모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우리가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일이다.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부단한 의지의 실현이다.-31쪽

모퉁이를 좋아한다.

마음에 드는 모퉁이를 만나면 괜히 어슬렁거린다.

모퉁이를 돌면
내가 간절히 사랑했던, 잊고 있었던, 찾고 싶었던, 만지고 싶었던 당신과 부딪힐 것 같다.

모퉁이. 당신과 나의 삶이 기적처럼 겹치는 곳-54쪽

이별을 견디는 것
겨울나무 아래에서

산다는 것은 이별을 견디는 것이다.

마침내 시간이 흘러
꽃들은 향기와 이별하고
새들은 아름다운 목소리와 이별한다.
숲은 싱그러움과 이별하고
밤하늘의 별들은 빛과 이별해 어둠 속에 묻힌다.

어느 겨울나무 아래에서
나는 한 사람의 일생을 본다.

모든 것과 이별하고
마침내 자유로워진 한 사람.
바람과 안개로 이루어진
그의 마지막 포즈.

지금 그는 이별을 견디고 있다.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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