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와 리리의 철학 모험
혼다 아리아케 지음, 박선영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성과 이름의 앞 글자를 딴 애칭이 미미와 리리, 그리고 모모인 

세 명의 여고생이 자신들의 삶을 통해 철학의 재미에 눈 뜨는 과정을 그려낸 책.

우리는 흔히 철학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학창시절 도덕이나 국민윤리 등의 과목을 통해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우기는 했지만

거의 암기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아 제대로 된 철학적 사고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는 철학이 부재한 삶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점에서 이 책은 기본적인 철학적 문제와 사고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여느 여고생들과 마찬가지인 미미와 리리, 그리고 모모는 

안 그래도 질풍노도의 시기에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미미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입원 중이고

엄마는 사이비 종교에 빠졌으며 동생은 학교를 자퇴한다.

리리는 부모가 이혼했고 좋아하던 오빠마저 자살을 한다.

모모는 호기심에 원조교제에 나섰다가 끔찍한 일을 당한다.

보통 고등학생들보다도 훨씬 험난한 이들의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은 그들의 윤리선생 데즈카였다.

데즈카는 학생들이 따분하게 생각할 철학이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일들을 슬기롭게 해결할 생각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임을 잘 알려주었다.

 

리리 오빠의 자살로 불거진 자살의 정당성 내지 자기결정권 문제,

그리고 사형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학생들의 찬반 토론,

원조교제의 윤리적 문제까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주는 게 바로 철학의 역할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수많은 철학자들이 한 일이 바로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고 우리가 그들의 노력의 결실을 배우고 있는데

문제는 그들이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던 과정은 모두 생략한 채

그 결과만 몇 개의 단어로 암기하기 때문에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사상을 알긴 해도

이를 응용해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문제에 대해 진지한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우리 철학 교육의 문제이고, 학생들이 논리적인 사고와 진지한 성찰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에게 토론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여고생들을 주인공으로 그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한 철학적 모험(?)을 시도한 이 책은

삶, 죽음, 사랑 등 인간의 삶에서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이런 고민들을 했던 철학자들까지 소개하고 있어 철학에 대한 입문서로서의 기능을

나름대로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특정 철학자나 사상에 대한 논의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놓고 이를 어떻게 철학적으로 요리(?)하느냐 하는 사고의 방법을 가르쳐 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오히려 제대로 된 철학 입문서가 아닐까 싶다.

철학이 결코 책 속에만 담겨져 있는 학문이 아닌 우리의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도구라는 점을 잘 알려준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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