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 - 권력은 지우려 했고, 세상은 간직하려 했던 사람들
김만선 지음 / 갤리온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당파싸움이 극성이었던 조선시대엔 수 많은 사람들이 유배를 당했다.

조선의 형벌 중 사형 다음의 중형이었던 유배는

대부분 외딴 섬에서 외롭게 여생을 보내다가 죽는 것이었다.

그 중에는 왕의 변심 내지 정권교체로 인해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쓸쓸함 속에 과거의 영화를 추억 삼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다 죽어갔다.

 

조선시대에 유배당한 22명의 삶을 추적한 이 책은 유배지에서의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유배지에서 외로움 속에 한 많은 삶을 마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유배를 통해 학문이나 예술적 역량을 꽃 피운 사람들도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2명의 유배자 중엔 추사 김정희나 우암 송시열, 삼봉 정도전, 정암 조광조,

면암 최익현, 송촌 지석영,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 등은 어느 정도 아는 인물이었지만

원교 이광사나 정헌 조정철처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들도 많았다.

 

이 책은 유배당한 인물들이 유배당하게 된 사연과 유배지에서의 행적들을 담고 있는데

그 동안 다른 책에선 보지 못한 색다른 주제의 책이었다.

저자가 직접 그들의 행적과 발자취를 직접 취재해서 엮은 글에다

그들이 유배지에서 머물렀던 곳이나 그들의 작품들을 사진으로 싣고 있어

유배자들의 삶이 좀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대부분의 유배자들은 유배지에서 글과 그림 등으로 소일했다.

그 중에서 지금에도 길이 남을 역작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추사체라는 독특한 필체가 탄생한 것도 바로 유배지에서였고,

삼봉 정도전은 유배지에서 새로운 조선왕조의 기틀을 구상했다.

지석영은 유배지에서 종두법을 완성하였으며 고산 윤선도는 '오우가', '어부사시사'라는 명작을 남겼다.

다산 정약용의 경우 '목민심서' 등 그의 대표적 저작을 모두 유배지에서 썼으니

유배가 개인적으론 고통의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후세들에겐 학문과 예술의 경지를 한 차원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유배자들이 유배를 당해 그 엄청난 시간을 확보하고 정쟁에서 한 발 물러나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가지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이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그들의 유배가 다행이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제주도를 비롯해서 거제도, 진도, 흑산도 등의 섬들과 해남, 강진, 영암, 순천 등 전남지역은

유배지 답사 관광 상품을 만들어도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유배지로 각광(?)받았다.

저자의 말대로 권력은 지우려 했고 세상은 간직하여 했던 사람들의 삶에 대한 마지막 몸부림 같은

애환이 묻어나는 그곳들을 돌아보는 것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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